[시론-정영린] 화합 살리는 축제 기대하며 기사의 사진

지구촌의 최대 스포츠 축제인 월드컵이 내일 개막된다. 2010 남아공 월드컵이 11일 개막전을 시작으로 한 달간의 대장정에 돌입함으로써 전 세계 축구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태극전사의 원정 첫 16강 진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축제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티셔츠만 50만장 이상 팔려나갔다고 한다. 우리 대표팀의 첫 경기가 열리는 12일 오후 서울 삼성동 일대를 비롯해 전국이 다시 한번 붉은 물결로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대기업들은 4강 신화를 이룩한 2002년의 향수를 다시 불러일으키며 대규모 응원전을 계획하고 있다. 벌써부터 금융 및 IT업계, 유통업계, 심지어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시장에까지도 월드컵 바람이 불고 있다.

승부에 집착말고 즐기자

여기서 중요한 것은 월드컵의 진수를 맛보기 위해선 지나치게 승부에 집착하기보다 축구의 한 장면 한 장면에서 표출되는 스포츠의 심미적, 극적인 특성을 읽을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둥근 공을 놓고 승부를 겨루는 세계 젊은이들의 정열과 혼신의 힘을 다해 조국의 영광을 위해 뛰는 모습 자체를 즐기고 감탄할 줄 알아야 한다.

스포츠에서 축구만큼 남성적인 종목도 드물다. 짬짬이 휴식시간이 있는 야구나 농구와 달리 중간 휴식시간을 제외하고 전·후반 90분을 거의 쉴 새 없이 뛰는 축구야말로 중세의 영토분쟁을 연상케 하는 가장 남성적인 운동임에 틀림없다. 경기 자체를 즐겨야 만족감이 두 배로 커지는 만큼 승부에 너무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선수들은 이기기 위해 정신을 집중해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마음을 비워야 한다. 그래야 평정심을 잃지 않고 평소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다. 자칫 승부에 집착하다 반칙을 하면 퇴장당할 수도 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기량을 남김없이 보여준다는 각오로 싸우면 족하다.

한국대표팀은 계획된 훈련 및 평가전 일정을 마무리하고 오늘(10일) 그리스와 결전을 치를 포트엘리자베스로 이동한다. 2006년 독일 월드컵 1차전에서 토고를 2대1로 이겨 원정 첫 승을 올린 한국대표팀은 이번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축구 전문가들은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릴 그리스와의 1차전 결과가 한국의 16강 진출의 운명을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팀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위 스페인과의 최종 평가전에 대한 분석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만일 우리 세대였다면 스페인전에서 굉장히 긴장하고 경직된 모습을 보였을 것”이라며 “지금은 전혀 그런 기색이 없다. 우리 축구가 많은 발전을 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우리 선수들이 한 수 위의 기량을 가진 유럽선수들을 만나면 지레 위축돼 자기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던 이전 세대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당초 우려했던 고지대와 시차 적응은 같은 시간대와 고도에 위치한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으로 잘 마무리됐다.

다시 한번 대∼한민국

이제는 우리가 24번째 태극전사로 나설 때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국가대표팀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다. 최근 취업·인사 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 74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49.7%가 ‘거리응원에 참여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열정 하면 세계가 놀라고 감탄한 우리의 응원문화를 빼놓을 수 없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전 세계에 각인시킨 힘찬 응원의 물결과 함성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이번 월드컵이 천안함 사건과 6·2지방선거 등으로 어수선해진 사회분위기를 추스르고 온 국민이 하나 되는 축제의 장을 만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정영린관동대 교수(스포츠레저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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