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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발견] 감꽃, 촉촉하고 뽀얗고 달다

[계절의 발견] 감꽃, 촉촉하고 뽀얗고 달다 기사의 사진

오래 살고, 그늘을 만들며, 새가 집을 짓지 않은 데다, 벌레가 없으며, 단풍이 아름답거니와, 열매 좋고, 낙엽은 실한 거름이 된다. 일곱 가지 덕이 있다는 감나무 이야기다.

여기에 빠진 것이 감꽃이다. 촉감은 아기 손처럼 촉촉하고 색깔은 달빛 속 여인의 젖가슴처럼 뽀얗다. 꽃잎은 네 조각으로 정돈되어 곱다. 맛은 떫지만 돌감나무 감꽃은 달다. 그러니 잠꾸러기 아동에게 감꽃은 늘 떫다.

감을 바라보는 촌락의 인심은 너그럽다. 감은 주인이 있지만, 감꽃은 없다. 나무에 달린 홍시를 따면 안 되지만, 땅에 떨어진 홍시는 먼저 보는 놈이 임자다. 감꽃을 줍는 것도 마찬가지다. 여자 아이들은 감꽃을 실로 엮은 목걸이에 더욱 즐겁다.

감꽃이라면 김준태의 시를 빼놓을 수 없다. “어릴 적에 떨어지는 감꽃을 셌지/ 전쟁 통엔 죽은 병사들의 머리를 세고/ 지금은 엄지에 침 발라 돈을 세지/그런데 먼 훗날엔 무엇을 셀까 몰라.” 감꽃 떨어지는 날이면 봄은 사라지고 없다.

손수호 논설위원 shsh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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