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포럼-임성준] 對北 제재와 공공외교 기사의 사진

정부는 천안함 침몰에 관한 조사 결과를 지난달 공식 발표하고 북한의 만행을 규탄하고 응징하기 위한 국내외적 조치들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전쟁을 원하지도 않는다”고 천명함으로써 대 북한 응징 수단으로서 직접적인 군사 행동은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밝혔다. 따라서 북한에 대한 전면적 압박은 유엔 안보리 등 국제 사회의 규탄과 각종 제재 조치를 통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제 우리 외교부는 국제 사회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한 또 하나의 ‘전면전’을 치러야 한다. 그 첫 번째 시험대가 중국의 지지를 확보하는 일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한 원자바오 총리를 대상으로 집중 설득을 했지만 아직은 중국의 태도에 큰 변화가 생긴 것 같지는 않다. 천안함 조사 결과를 직접 살펴보기 위해 군사 조사단을 파견한 러시아의 태도도 쉽게 변할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다. 여기서 주춤하게 되면 우리 정부의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천안함 조사결과에 대한 신뢰성까지 국제적으로 논란을 빚을 소지가 있다.

상대 국민 설득이 관건

지금까지 우리 정부의 설득과 교섭은 상대방 국가와의 공식 채널을 통해 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상대방 국가의 국민을 직접 설득하는 ‘여론과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 즉 상대방 국가의 전문가 집단이나 언론 등 여론지도층을 움직이면 정부도 움직일 수 있다. 이것이 소위 공공외교이다.

최근의 외교 수행 추세는 전통적인 정부 대 정부의 비밀외교보다 상대방 국민들에게 직접 접근하는 공공외교의 중요성을 더 강조하고 있다. 세계 대전을 치르면서 적성국 병사와 국민들을 교란시키기 위한 심리전에서 유래된 공공외교는 민주주의의 글로벌화와 대중 통신수단의 발달에 힘입어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군사력 등 전통적인 경성 권력(hard power)의 행사가 제한될 수밖에 없는 오늘날 자국의 국가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상대방 국민들의 이해와 호감을 획득할 수 있는 연성 권력(soft power)의 중요 수단인 공공외교가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공공외교하면 미국이다. 미국은 구 소련과의 냉전에서 민주주의 가치와 코카콜라 문화를 가지고 소비에트 체제를 무너트리는 역사적인 공공외교의 승리를 이루었다. 현재도 국무부 안에 공공외교 차관을 두고 미국의 공공외교 전략 수립과 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 외교부에는 공공외교를 전담하는 기구도 없을 뿐 아니라 용어 자체도 생소하게 느끼는 것 같다. 다만 공공외교 조직의 일부라고 할 수 있는 문화외교국이 있고 산하 기관으로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사실상 공공외교의 상당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을 뿐이다.

현대사회는 대량 소통의 시대이다. 기업이 아무리 좋은 품질의 최고 상품을 개발했다 하더라도 브랜드 인지도와 마케팅 전략이 없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력과 민주주의 가치를 바탕으로 국제 사회에 기여하는 선진국(Global Korea)을 지향하고 있다. 한국의 경제 발전 모델은 2차 대전 이후 신생 독립한 국가들 중 가장 성공한 모범 사례로 수많은 후발 국가들이 이를 배우려 하고 있다.

공공외교 전담부서 신설을

지난 10여년 동안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 분위기에 익숙해져 있는 국제 사회가 남북관계의 냉엄한 현실을 올바르게 직시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도 공공외교의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우선 우리 정부 내에서부터 공공외교에 대한 깊은 이해와 필요성을 절감해야 한다. 외교부 내에 공공외교를 전담할 고위직과 부서를 신설하여 우리 정부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공공외교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강력히 시행토록 해야 할 것이다. 금번 천안함 사태 수습을 위한 외교 노력을 통해 이러한 전기가 마련되면 좋겠다.

임성준 한국외대 석좌교수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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