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박현동] 부동산 출구전략 짤 때다 기사의 사진

부동산에 관한 우리 정서는 매우 이중적이다. 투기를 비난하면서도 투기에 편승하고자 했다. 이웃집 아파트 가격에 민감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비난만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적어도 대한민국 사람에게 집은 단순한 거주 수단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부의 상징이고, 신분을 대변하기도 한다. 아파트 평수에 따라 그 사람의 존재가치가 달리 보이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부동산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규제 완화를 주장하면 ‘보수, 꼴통’으로 매도되기 십상이다. ‘아파트가 두어 채 있나 보지’라고 의심 받는 경우도 없지 않다. 반대의 경우도 똑 같다. ‘진보, 좌파’로 분류되기도 한다. 부동산에 대한 견해가 보수 또는 진보와 무슨 과학적 연관성이 있는지 모르겠다.

위정자들은 부동산 정책에 ‘정치’를 개입시키고, 일부 세력은 여기에 이데올로기를 덧칠했다. 어떤 정권은 부자들을 단죄하는 수단으로, 어떤 정권은 선심을 사는 수단으로 부동산 정책을 이용했다. 배고픈 건 참을 수 있어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는 게 우리네 심사니 정권을 잡은 측으로선 이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순간은 달콤할지 모른다.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낀 사람들도 없진 않을 게다. 하지만 단맛은 순간이다. 문제는 이런 정책의 피해자가 서민들이라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 나섰던 노무현 정부 4년간 전국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62%를 넘는다. 이는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12.6%)의 4.9배, GDP 상승률(23.9%)의 2.6배에 달한다. 이러니 너도 나도 은행 돈 빌려 집을 마련했고, 대출 금리는 치솟았다. 다급해진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10여 차례 대책도 내놨다. 서민 정부를 표방했던 정부가 결과적으로 서민들 더 힘들게 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그래도 당시엔 사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있었다.

지금은 어떤가? 부동산 시장은 죽었다. 파는 사람은 있는데 사는 사람이 없다. 단순히 수요공급의 미스매칭 탓이 아니다. 펀더멘털과 상관없이 심리적 매수 기반이 무너진 상태다. 불꺼진 아파트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부도설에 휘청거리고 무너진 업체도 많다. 생산자(건설업자)나 소비자 모두 죽을 맛이다. 이뿐 아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라는 시한폭탄이 도사리고 있다.

모 기업 고위 간부인 B씨. 그는 최근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다. 아이들 학교 때문에 기존 집을 전세주고 본인도 전세살이 중이다. 보유 아파트를 팔아 분양대금을 납부할 뜻이었는데 집이 팔리지 않았다. 전세기간이 만료돼 울며 겨자 먹기로 전세금 올려주고 기간을 연장했다. B씨는 “시세보다 낮게 내놨다. 몇 개월이 지났는데도 문의전화조차 없다”고 털어놨다. 입주 때까지 집이 팔리지 않으면 분양받은 집은 ‘불꺼진 아파트’가 될 게 뻔하다.

절대적으로 옳은 정책은 거의 없다. 또한 정책은 이념이 아니라 현실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 부동산 정책이라고 다를 수 없다. 최근 집값이 크게 내렸지만 내 생각엔 아직도 비싸다.

시장에서도 더 내릴 것이라는 심리가 팽배해 있다. 집값이 너무 올랐으니 내리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거래가 실종된 상황에서 집값 급락이 초래할 재앙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이제는 (부동산) 출구전략을 생각할 때다. 부실 건설사를 살리자는 뜻은 결코 아니다. 구조조정을 신속하고 강도 높게 추진하되 투기 우려가 없는 지역엔 대출 규제를 선별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때가 됐다. 거래 숨통을 터 줘야 시장이 살아난다. 생산자도 소비자도 불편한 정책을 좋은 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 물이 흐르지 않고 고이면 썩듯이 부동산 시장도 다를 바 없다.

박현동 산업부장 hd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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