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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종 칼럼] 정치지형 변화와 李·朴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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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시대 오(吳)나라의 왕 부차(夫差)는 월(越)나라와의 전쟁에 패한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복수하는 걸 잊지 않기 위해 땔나무 위에서 잠을 잤다. 다음엔 거꾸로 오나라를 공격했다가 패하고 겨우 목숨을 건진 월나라의 왕 구천(勾踐)은 쓸개를 핥으며 복수를 다짐했다. 원수 갚는 걸 잊지 않기 위해 땔나무 위에서 잠을 자고 쓸개를 핥는다는 의미의 와신상담(臥薪嘗膽)이라는 고사성어의 유래다.

이처럼 철천지원수지간이었던 게 오나라와 월나라였다. 그러나 두 나라 사람들이 같은 배를 타고 가다 거센 풍파를 만나면 서로 도울 수밖에 없다고 갈파한 것이 불세출의 병법가 손자(孫子)이다. 오월동주(吳越同舟)라는 말의 유래다.

와신상담에서 오월동주로

여권이 6·2 지방선거 패배의 후유증을 심하게 앓고 있다.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은 패인을 정부 탓으로 돌리며 이명박 대통령만 빼고 내각과 청와대 비서실을 전면 쇄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에 청와대 쪽은 한나라당 자기들이 잘못해 져놓고 청와대만 탓한다고 항변한다. 이 대통령이 “초선 의원들이 정치를 잘못 배웠다”며 역정을 냈다고도 한다. 와중에 정운찬 총리가 청와대와 총리실의 인적 쇄신 문제를 갖고 이 대통령에게 승부수를 던지려 했으나 인의 장막에 막혀 그마저 좌절됐다는 설까지 나돌아 어수선함을 더하고 있다.

선거 결과를 놓고 이처럼 여권 모두가 각자도생을 위한 대책 마련에 바쁜 가운데에서도 가장 많은 것을 고민할 사람은 누구일까. 첫째는 이 대통령이고 둘째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아닐까 싶다.

먼저 이 대통령은 청와대와 내각의 인적 쇄신 요구, 지방 권력의 이동으로 난관에 봉착한 4대강 사업 및 세종시 문제, 대북 정책 등 국정 전반을 어떻게 밀고 나갈지 생각이 복잡할 것이다. 다음 박 전 대표도 자신의 선거구인 달성의 군수 선거에서조차 패한 점, 그에게도 여당 패배의 책임이 있다는 주장,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사실 등을 놓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두 사람이 난국이라면 난국인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가운데 두 사람 모두 상대와의 관계에 대해 생각이 머무르지 않을까 싶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지방선거 패배로 박 전 대표의 국정 협조가 한결 더 절실해졌다. 지방 권력이 상당 부분 야권에 넘어갔다 해도 박 전 대표의 협조만 있다면 원내 다수당의 힘으로 국정을 큰 차질 없이 이끌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박 전 대표의 입장에서는 비록 자신의 선거구에서조차 뜻을 이루지 못했다지만, 전국의 선거 결과를 통해 여당 내에서 자신의 빈자리가 얼마가 큰가를 보여줬다. 그렇더라도 최근의 지지율 하락 등을 볼 때 이 대통령과 끝내 대립각을 세울 경우 대권가도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보수 대연합 빅딜 가능성도

두 사람은 대통령 후보 경선 때부터 쌓인 감정의 앙금으로 결별 수순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있었다. 그래서 두 사람이 손을 잡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그러나 오와 월의 사람도 풍랑을 만나면 손을 잡는다.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는 게 정치판이고,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종합 예술이 정치라고 한다. 경제에서도 서로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빅딜(큰 거래)이라는 것을 한다. 정치라고 다를 게 없다. 두 사람도 자신의 핸디캡을 보완할 수 있다면 권력구조에 관한 개헌 등 차기 대권을 놓고 빅딜을 시도할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이다.

청와대와 내각의 개편 등 국정쇄신책은 돌아선 민심을 달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난국 타개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못 되며, 어쩌면 화장을 고치는 정도의 미봉책일 수도 있다. 권부(權府) 깊은 곳에선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여권의 주·비주류 간 구조조정과 함께, 한걸음 나아가 자유선진당까지를 포함하는 내용으로 또 한 차례의 보수 대연합을 향한 정계개편까지도 암중모색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백화종 전무이사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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