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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홍의 식물이야기] 모란과 작약의 근본적 차이

[고규홍의 식물이야기] 모란과 작약의 근본적 차이 기사의 사진

서양에 ‘꽃 중의 꽃’ 장미가 있다면 동양에는 ‘꽃 중의 왕’(花中王)’ 모란이 있다. ‘목단(牧丹)’에서 우리말로 바뀐 모란은 부귀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동양의 정원에서 가장 사랑받는 식물 가운데 하나다. 우리나라에는 신라 진평왕 때 중국에서 처음 들어와 풍류를 즐기는 선비들의 사랑을 받았다. 농염하게 피는 꽃은 곧잘 성장한 여인에 비유됐으며, 시와 그림에도 자주 등장했다.

모란꽃은 5월에 붉은 꽃잎 여덟 장이 지름 15㎝ 크기로 탐스럽게 피어난다. 특히 붉은 꽃잎과 노란 꽃술의 선명한 대비는 화려함의 극치라 할 만하다. 관상용으로 선발한 여러 품종 가운데에는 여러 장의 꽃잎이 겹으로 피는 품종도 있고, 흰색으로 피는 꽃도 있다.

일쑤 모란꽃과 헷갈릴 만큼 비슷한 꽃이 있다. 작약이다. 모란꽃이 시들어 떨어지고 난 유월에 피어나는 작약꽃은 모란과 구별하기 힘들 만큼 비슷하다. 유치할 만큼 선명한 원색이나, 꽃송이 안쪽에 다닥다닥 돋아나는 꽃술까지 빼어닮았다. 모란의 고향인 중국에서조차 모란을 목작약, 즉 ‘나무작약’이라고 했을 정도다.

그러나 모란과 작약에는 근본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모란이 나무인 것과 달리 작약은 풀이라는 점이다. 식물은 크게 목본(木本)과 초본(草本), 즉 나무와 풀로 나눈다. 나무는 잎 나고 꽃 피운 뒤 열매 맺는 한해살이를 마치고 나서, 땅 위의 줄기 부분이 살아남는 식물을 가리킨다. 나무의 줄기 안쪽에는 한해를 넘길 때마다 나이테가 쌓인다. 그러나 풀은 한해살이를 마치고 나면 땅 위에 솟아있던 줄기 부분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겨울에도 뿌리가 남아있는 여러해살이풀이라 해도 땅 위 줄기가 사라지는 건 마찬가지다.

모란은 가을에 잎을 떨구고 줄기는 그대로 남은 채 겨울을 나는 나무지만, 작약은 한해살이를 마친 겨울에 줄기가 시들어 없어지는 풀이다. 여러해살이풀인 작약은 땅 속에서 뿌리로 겨울을 난 뒤, 이듬해 다시 새싹을 솟아올리고, 봄 깊어지면 붉고 화려한 꽃을 피운다. 겉 모양은 비슷하지만, 근본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는 이야기다.

꽃을 감상하기 위해 선발해내는 관상용 품종이 끊임없이 새로 나오는 식물이어서, 모란과 작약의 구별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그러나 나무와 풀이라는 근본만큼은 바꿀 수 없다. 겉모습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건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에 공통된 이야기이지 싶다.

천리포수목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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