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 옛그림] (24) 옆 집 개 짖는 소리 기사의 사진

두말하면 잔소리가 될 그림이다. 그림에 적힌 글을 보면 뜻이 곧장 읽힌다. ‘한 마리 개가 짖자 두 마리 개가 짖고, 한 마리 개를 따라 만 마리가 짖네. 아이에게 문 밖에 나가보라 했더니, 달이 오동나무 높은 가지에 걸렸다 하네.’ 개들은 겉따라 짖는다. 개소리가 왁자지껄한 이유다.

조선 후기 화원인 김득신은 웃기는 풍속화를 잘 그렸다. 이 그림도 우습다. 그 웃음이 비웃음으로 나아간다. 되도 안한 개소리를 나무란다. 개 짖는 소리를 풍자한 글은 많다. 후한 시대의 정치 논저인 ‘잠부론(潛夫論)’에는 ‘한 개가 짖는 시늉을 하면 백 개가 소리 내 짖고, 한 사람이 헛되게 전하면 백 사람이 사실인 양 전한다’는 대목이 나온다.



개야 무슨 죄가 있겠나. 그림은 고적한 시골의 정취가 두텁다. 사립문을 열고 나온 아이가 고개 들어 보름달을 본다. 검둥개는 오도카니 앉았다가 오동나무 잎사귀에 달이 가리자 우∼하고 짖는다. 그 자세가 밉광스럽지 않다. 오히려 생각하는 개 같다. 달 보고 짖는다고 개가 무슨 낭만과 풍월을 알겠냐만, 제 나름의 흥감에 젖었으니 가살스럽게 볼 일은 아니다.

민춤하기는 덩달아 짖는 놈들이다. 상주보다 서러운 곡쟁이나 거름 지고 장에 가는 뚱딴지는 눈총 받는다. 웬 개가 짖나 하고 심드렁한 것도 탈이지만, 옆 집 개 짖는 소리만 못한 말이 떠도는 것도 사실이다. 달이 뜨면 달이나 보지 달 가리키는 손가락에 시비 거는 소리는 그만하자.

손철주(미술칼럼니스트·학고재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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