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차은영] 재정건전성에 대한 이해 기사의 사진

온 나라가 월드컵 열기로 들썩이고 있다. 한국대표팀이 어디까지 올라갈지 모르지만 국민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던 대 그리스전의 감동적 스타트로 인해 당분간 다른 일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한국보다 한참 위에 있다고 자타가 공인했던 그리스 대표팀이 의외로 실망스러운 경기를 보이자 사람들은 이런저런 원인을 이야기하다 마지막에 나라가 저 모양인데 축구는 잘 할 수 있겠느냐며 재정위기를 탓하기도 한다.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 국가들은 방만한 재정운용으로 인해 경제위기를 자초했다. 만연한 도덕적 해이, 높은 급여, 과도한 연금, 습관이 돼버린 파업 등은 정부를 파산위기로 몰고 갔다. 일본의 경우 ‘잃어버린 10년’ 동안 감행된 무분별한 확대재정정책으로 인해 재정적자 규모가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다음 차례는 일본이라는 일본위기설의 실체이다.

넓은 의미 채무비율 60%육박

정부의 재정운용과 가계 운용을 수평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 가계는 수입을 아껴서 저축을 하려고 하지만 정부의 지출은 국가를 운영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하게 사용되어야 하는 비용이므로 무조건 아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지나친 적자재정 운용은 국가의 신용등급을 하락시키고 경제위기로 이르게 하기 때문에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한국은 대외의존도가 매우 크므로 재정건전성에 빨간 불이 켜진다면 자본유출이 일어나고 해외차입이 어렵게 되어 자본시장이 마비되고 실물시장에까지 파급되면서 경제가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글로벌 위기에 완충장치 역할을 해주는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지난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비교적 잘 견디어 낸 것은 그동안 사수했던 재정건전성 덕분이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지난달 발표 자료에 의하면 한국은 지난 2년간 국내총생산 대비 정부의 재정지출확대와 감세규모를 합친 총 확대재정규모가 국내총생산 대비 6.1%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일반적으로 확대재정정책을 사용할 경우 감세규모를 조절하거나 감세규모가 크면 재정지출을 줄이는 데 비해 한국은 양쪽으로 확대지향적 정책을 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강력한 확대재정정책이 가능했던 것은 다른 국가에 비해 국가채무 수준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작년 우리나라의 IMF 기준 국가채무비율은 33.8%로 OECD 평균보다는 많이 낮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우려할 점이 적지 않다. 최근 증가속도가 매우 빠르고 국가채무 통계에는 빠져 있지만 잠재적 채무로 봐야 하는 정부 보증채무와 공기업부채를 포함하면 국가채무비율이 60% 가까이 육박하게 된다.

당장 큰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경직성 비용은 한번 늘어나면 줄이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부채는 방심하는 순간에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게 됨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성장잠재력이 감퇴하고 복지성 지출 수요는 확대될 전망이어서 재정건전성 제고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선심성 사업 조절이 관건

재정건전성을 견지하기 위한 원칙은 단순하게 출발한다. 세입을 늘리고 세출을 줄이면 된다. 세출구조조정은 포퓰리즘에 의한 선심성 사업과 정책을 어떻게 조절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재정집행의 효율화와 재원확보가 동반되는 사업 위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세입은 비과세와 세금감면정책의 수정을 통해 보완될 수 있지만 성장잠재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진행되는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한다.

지자체의 방만한 경영은 위기수준에 이르렀다. 선거를 의식한 무분별한 선심성 지출 공약과 감세 등으로 인해 재정난이 가중되고 있다. 지방정부의 재정악화는 결국 국가부담이 되므로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지방부채에 맞는 세입을 확보하여 재정자립도를 높이는 근본적 대책이 절실하다.

차은영 이화여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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