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용 칼럼] 교단 화나게 하는 교장공모제 기사의 사진

“최우선 과제는 교원들과의 화합. 신뢰와 합리성이 결여된 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

최근 서울의 한 교육청이 실시한 교장공모제 심사에 언론계 외부 위원으로 참여했다. 마침 교장공모제가 교육청의 입김만 더 강화한다는 비판이 있어온 데다 개인적인 관심도 작용해 심사위원에 응했다.

교육청 간부 3명과 외부 인사 4명 등 모두 7명의 위원이 참여한 2차 심사는 1차 심사에서 3배수로 추천된 20여명의 후보를 한 학교당 2명씩, 2배수로 압축하는 과정이었다. 한 후보당 30∼50쪽 분량의 서류 심사와 10여분씩의 면접을 하느라 아침 9시부터 밤까지 강행군을 했다.

서류와 면접 모두 후보의 이름과 재직 학교를 알 수 없게 한 ‘블라인드 심사’였다. 심사위원장도 외부 인사가 맡았고 내부 위원들은 채점 요령조차 설명해주지 않을 정도로 몸조심했다. 들러리 후보를 내세우는 공기업 사장 공모와는 달랐다.

대부분 교단 경력 30년 안팎의 교감들과 교육 전문직인 후보들은 자기소개서와 학교운영 계획에서 ‘준비된 교장’임을 보여주기 위해 애썼고 면접에서도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40대 젊은 교감 2명은 돋보이는 수상 경력과 패기를 보여 공모제의 ‘발탁’ 취지를 살리는 듯했다.

다른 학교에 재직 중인 교장도 여러분 응모했다. 발령 받은 지 1년 반밖에 되지 않아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현재 서울 교장의 임기는 평균 2년 남짓에 불과하다고 한다.

원래는 4년이지만 윗선(시 교육청 등)의 인사 필요에 따라 이동된다는 것이다. 심복들을 강남의 노른자위 학교에 배치한 전 서울시교육감의 인사 전횡을 짐작할 만했다.

2년 남짓 임기로는 학교 발전보다 다음에 옮겨갈 자리를 찾는 일에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다. 그래서 “2년마다 교장이 바뀌는 학교는 6년이면 망한다”는 말도 나온다. 이런 인사 시스템의 모순을 잘 아는 교육 당국이 2년마다 교장 인사를 하는 것을 보면 과연 교육이 백년대계가 맞는지 믿기지 않을 정도다. 공모제 교장은 4년 임기가 보장된다.

교장공모제는 이 같은 교장 매관매직 등의 교육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정부가 내세운 교육 개혁의 핵심이다. 문제는 교장공모제의 급격한 확대 실시로 교육계의 혼란과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교과부는 올 초까지만 해도 전국 10% 이상에서 시행한 뒤 점차 확대할 방침이었다가 교육 비리가 불거지자 단번에 50%로 확대해 버렸다. 서울시교육청은 아예 100%까지 늘리겠다고 한다.

현행 연공서열제에서 교장자격증 등 각종 스펙을 쌓아왔다가 하루아침에 기득권을 상실한 원로 교원들은 참담한 심정일 것이다. 교총까지 이례적으로 정부 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학교 일선에서는 교장, 교감, 원로 교사들이 화가 나 있다고 한다. 공모에 응한 후보들 중 상당수는 겸연쩍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시대는 한국계 미셸 리 워싱턴DC 교육감 같은 CEO형 교장을 요구하고 있다. 더욱이 변화에 크게 뒤처져 있는 교육계에 교장공모제는 무엇보다 시급한 실정이다. 일반 국민들과 정치권은 민간 전문가들에게도 교장직을 개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당선자 역시 “교장자격증이 없는 평교사도 지원할 수 있는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개혁은 혁명보다도 어렵다고 한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정책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 이번 지방선거의 세종시, 4대강 민심에서도 드러났다. 현 정부의 교육 정책도 교육 주체와의 논의와 소통을 통해서가 아니라 일방적으로 추진되어 왔다.

무릇 어떤 개혁이든 성공하려면 합리적일 뿐 아니라 신뢰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 백년대계인 교육 정책의 개혁은 더 신중해야 하며 기득권을 어느 정도는 인정해 주는 등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 교장공모제는 시범 운영의 결과를 정확히 분석하고 현장의 여론을 수렴해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학교 교육의 효율성을 높이는 최선의 길일 것이다. 이번 심사에서 교장 후보들은 한결같이 ‘학교 내 교원들과의 인화, 화합’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이형용 수석 논설위원 hy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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