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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발견] 논, 벅찬 생명의 축복

[계절의 발견] 논, 벅찬 생명의 축복 기사의 사진

“한 폭의 서예 족자를 보는 것 같습니다.” ‘25시’의 작가 게오르규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시골풍경을 보면서 남긴 말이다. 경지를 정리하기 전의 꾸불꾸불한 논두렁이 붓글씨의 곡선으로 보였던 것이다. 모름지기 경계란 자연을 따르다 보니 반듯하기가 어렵다.

논은 밥 한 그릇의 시원이자 터전이다. 논에는 별보다 많은 생명이 산다. 땅과 물과 빛이 생명을 살리기도, 거두기도 한다. 땅은 물을 품고, 물은 빛을 안는다. 사람은 가래질과 쟁기질과 써래질의 손을 보탠다. 거기서 나오는 쌀, 보리, 밀, 콩…. 논의 선물은 많고 값지다. 여기 풍속 하나가 흥미롭다. 논두렁에는 소작이 없다는 것. 주인이 비워둔 논두렁에 콩을 심으면 그 수확은 심은 자의 것이다.

유월의 논은 연초록 잔치다. 들녘은 평화로운 기운으로 가득하다. 칠월 들어 볕이 강해지고, 벼 포기가 물을 세차게 빨아들이면 짙은 푸른빛으로 변한다. 평화가 풍요로 변하는 순간이다. 논은 결실의 가을에 다가설 때까지 그렇게 삶의 희망으로 출렁인다.

손수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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