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수정] 성폭행범에게 인권이라니 기사의 사진

조바심이 난다. 지난주에도 아이가 납치되어 참혹하게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사건 발생 후 잠깐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듯하더니, 점점 월드컵 열기 속으로 사라져가고 있다.

오늘 점심 회식자리에서도 우리 부서 구성원들은 열을 내어 한국 축구팀의 선전을 기원했다. 대신 김수철 사건은 기억 속에서 망각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맘 한 켠이 여전히 무거운 것은, 그 동안 김길태 조두순 등 이름이 알려진 아동성폭행범만 여럿이며 그렇게 비슷한 프로필을 지닌 자들이 아직도 교정시설 내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거리 활보하는 人面獸心

김수철은 어린 시절 아동보호시설에서 성장했다. 이후 소년시절부터 교정시설을 수시로 드나들었고, 20대 초반에 강도강간으로 10년 이상을 교도소에서 보내고도 여전히 가정도 직장도 없이 떠돌아다녔다. 90년대 중반부터 불어 닥친 불경기와 실업은 김수철 역시도 빗겨가지 않았다. 안정된 정착지를 찾지 못한 김수철은 일용직을 떠돌며 살았고 그 사이 전과는 열다섯 번이 넘게 쌓여갔다. 평생의 반려자를 찾지 못한 그는 인터넷에서 알게 된 10대 소녀들에게 잠자리를 제공하며 관계를 가졌고 이들이 떠나자 보다 어린 아이들에게까지 마수를 뻗었다.

사회를 향한 반항심으로 똘똘 뭉쳐 있었기에 체포 당시 경찰에게 커터칼을 사납게 휘두르며 저항했다. 죄의식 없이 담담하게 현장검증에 참여하고 술 때문에 기억나지 않는다는 전형적인 방어론을 폈다. 이름만 다를 뿐 이전의 아동성폭력범들이 보인 행적을 그대로 답습하는 듯하다. 이제는 삼척동자도 그들의 수법을 알 노릇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처벌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몇 년 전보다는 덜 하지만 며칠 전 김길태에게 사형을 선고하였을 때도 생명권을 옹호하는 측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근본적 문제를 제기했다. 김수철 역시 과거 강도강간 전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2006년 남자 아이를 성추행했을 때, 담당검사는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했음을 이유로 김수철을 기소하지 않았었다. 만일 그 사건으로 김씨가 기소됐다면 아마도 실형이 선고됐을 것이고 최근 소급적용하기로 한 전자발찌의 대상자가 됐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성범죄만큼은 친고죄의 범위를 넓게 적용하는 관행으로 인해 김수철은 소년을 성추행하고도 멀쩡히 길거리를 활보했고, 결국 4년 후 6월 7일 천진난만하게 엄마에게 학교 다녀오겠노라고 인사하고 교정으로 들어간 어린 소녀를 납치하여 욕망의 노리개로 삼았던 것이다.

인권논란으로, 혹은 행정절차의 미비점으로, 뻔히 위험한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이들을 지역사회로 돌려보내는 일은 불가피한 것인가. 온 동네에 CCTV를 붙이고 내 아이에게 보안목걸이를 채우는 것만이 대안이 될 것인가 혼란스럽다. 문제의 원인을 알고 있음에도 손쓸 방도를 찾지 않고서 문제를 회피하는 방법만을 따르는 것이 올바른 일인가.

어린이 보호가 최우선 순위

이와 같은 위험요인에 대해 외국의 형사사법제도에서는 어떤 식으로 통제할까? 시민들의 인권이 보호되는 선진국들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인권침해적인 대안을 불사한다. 치료를 목적으로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시키는 방법, 약물로서 행동을 통제하는 방법, 사회로 돌려보내더라도 주거지 제한, 직업제한, 인터넷 사용금지, 여행금지 등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방안, 나열하기도 숨찬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이들을 통제한다.

이유는 단 한가지다. 내 아이를 안전하게 보호하자는 것, 우리 동네의 아이들을 보호하자는 것, 우리나라의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자는 것, 그것이 이들 비인간적인 사법제도의 출발점이며 동시에 목적지인 것이다. 국민의 공감대가 필요하다.

이수정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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