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포럼-홍덕률] 청년이 행복한 나라를 기사의 사진

필자는 일곱 달쯤 전 총장에 취임하면서 ‘학생이 행복한 대학’을 선언했다. 교수중심, 행정중심, 관료중심 대학경영 패러다임을 학생중심의 대학경영 패러다임으로 바꿔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였다. 이제는 학생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평범한 믿음의 표현이자, 학생이 행복해야 학부모도 사회도 행복할 수 있다는 문제제기이기도 했다.

그 뒤 필자는 대구경북 지역사회를 향해 ‘청년이 행복한 도시’로 만들어 가자고 호소했다. 청년으로 하여금 말하게 하고 일하게 하자는 것이었다. 특유의 상상력과 끼를 마음껏 발산하게 하고 나아가 지역사회의 정책결정에도 참여하게 하자는 것이었다. 단지 실업난에 허덕이면서, 천문학적인 집값과 살인적인 사교육비를 걱정하면서 결혼도 늦추고 출산도 포기해야 하는 청년이 딱해서만은 아니었다. 청년의 문화적 감수성과 상상력과 도전을 담아 내지 못하는 지역은 21세기 지식정보사회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지역 차원에 국한되는 목표는 아닐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청년이 행복한 나라’여야 지식정보시대에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너무도 힘든 우리 젊은이들

우리 청년은 지금 너무도 가혹한 경쟁에 힘들어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농경시대와 산업화시대의 낡은 경쟁 프레임이 압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암기력 경쟁, 밤잠 줄이기 경쟁, 수능 점수 경쟁, 토익 점수 경쟁 등이 그것이다. 지식정보시대가 진정 필요로 하는 창의력과 상상력과 감수성은 중요하지 않다. 뿐만 아니다.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삶은 꿈꿔볼 겨를도 없이 이기적이고 예의 없는 어른으로 커가고 있기까지 하다. 한 번의 실패로 평생의 삶이 결정되는 경우를 허다하게 보면서, 감히 실험하고 도전하려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실업사태다. 청년 특유의 상상력과 끼는 일찌감치 말라버린 채 취업 전쟁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100만 명이 넘는 청년이 실업자며, 대부분 청년실업자들은 자격증 따기, 스펙 쌓기, 토익점수 올리기 그리고 각종 고시 준비에 청춘을 바치고 있다. ‘이태백’이나 ‘88만원 세대’라는 슬픈 세대명이 등장한 지 여러 해 지났지만, 아직 이렇다 할 해법을 우리 사회는 갖고 있지 못하다. 청년실업이 구조화되고 장기화되면서, 우울증과 염세증에 시달리는 청년들도 적지 않다. 한 달쯤 전에는 5명의 청년이 집단 자살했고, 닷새 전에는 한 유명 청년DJ가 트위터를 이용해 자살예고를 한 뒤 실제 자살한 사건이 보도되어 충격을 주었다. 20대와 30대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통계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뿐만 아니다. 사회는 빠르게 내달리고 있는데, 어른들은 모든 일을 옛날식으로만 재단하려 한다. 청년세대의 감수성과 세계관을 격려하기는커녕 낡은 제도와 관행과 문화에 길들이려고만 한다. 농경시대 세계관과 산업사회 패러다임과 냉전이데올로기가 청년의 역동성과 상상력과 끼를 억누르고 있다.

청년친화적 사회 만들어야

지금부터라도 우리 사회를 청년 친화적으로 재구성해 가는 일을 고민해야 한다. 청년이 넓은 세계를 향해 마음껏 도전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고 기회를 베풀 수 있어야 한다. 청년의 실험과 도전과 열정과 패기를 격려하고 북돋워 주어야 한다. 청년에 대한 투자와 지원도 크게 늘려야 한다. 국가 정책을 설계하는 일에도 청년의 문제의식과 상상력이 가미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학마다 학생을 행복하게 해주는 경쟁이 뜨거워지고, 지역마다 청년이 행복한 도시를 만드는 경쟁이 불붙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대학과 지역이 사는 길이라고 믿는다. 끼 많고 도전정신 넘치는 청년들이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나라가 되면 좋겠다. 그것이야말로 나라를 살리는 길이라고 필자는 믿는다.

홍덕률대구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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