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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종 칼럼] 승리, 민주당에 藥일까 毒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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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먹을 말일지 모르나, 기자는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크게 패할 것으로 예상했고, 그것도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했다. 민주당을 위해서도, 우리 정치 발전을 위해서도 민주당이 거듭나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제1야당이면서도 정권대체세력으로선 너무 약체인 듯 보였다. 정권대체세력, 즉 수권정당(受權政黨)이 없다는 것은 현 정권의 독주 위험 등 여러 모로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제1야당으로서 수권정당의 책무를 지고 있으나 허약하기만 한 민주당이 진정한 수권정당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서는 철저히 망가진 뒤 다시 태어나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생각이었다.

여당까지 야당을 도운 선거

그런데 민주당은 보란 듯 6·2 선거에서 한나라당을 눌렀다. 선거란 결과로 말하는 것이다. 그 점에서 민주당의 패배를 예상했던 기자는 선거에 대해 반성한다는 것 외에 별로 할 말이 없어야 옳다. 그런데도 매사 토를 달아야 직성이 풀리는 건 고황에 든 병인 듯하다. 그래서 달아보는 토가 두 개의 의문 제기다. 차기 정권의 향방과 관련된 것으로서, 어쩌면 기자보다 민주당이 더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이다. 첫째가 여권이 분열하지 않았어도 결과가 같았을까 하는 의문, 둘째가 국민이 민주당을 수권정당으로 인정한 결과일까 하는 의문이 그것이다.

먼저, 여권의 분열, 즉 이명박 쪽과 박근혜 쪽이 갈등하지 않고 박 전 대표가 여당 후보 지원에 나섰더라면 상황은 바뀌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또 여당이 공천 등을 통해 여권 성향의 후보들에 대한 교통정리만 제대로 했어도 표 분산 방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졌을 터이다. 물론 6·2 선거 후에야 거론되고 있는 일이나, 보수대연합이라도 이뤄졌더라면 결과가 어찌 됐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다음, 민주당이 선거에 승리했다고 하나, 이것을 국민 다수가 민주당을 수권정당으로 인정한 결과로 보기는 어렵지 않겠느냐 하는 점이다. 물론 민주당에 표를 준 사람들 중엔 현 정권 대신 민주당의 재집권을 간절히 희망하는 이들이 훨씬 더 많았겠지만, 그들의 표만으론 민주당이 승리하는 데 2%가 부족했을지 모른다. 어쩌면 민주당을 수권정당으로 보진 않으나, 제1야당이 너무 허약하여 정권을 효과적으로 견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보약을 먹이는 심정으로 찍어준 표가 보태져 민주당에 승리를 안겨준 건 아닐까 싶다.

受權政黨 면모 갖출 轉機로

민주당이 듣기 거북할 분석들만 늘어놓았다. 혹시나 자신들이 잘 해서 승리했고, 이대로만 가면 2년 후엔 재집권도 가능하다고 착각할까봐서이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이번에 고단위의 예방주사를 맞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한나라당은 보수세력의 분열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고, 또 소통 부족과 독주가 어떠한 역풍을 가져오는지를 절감하면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민주당은 자신들에게 가장 불리한 상황, 즉 여당이 정당연합까지를 포함하여 보수세력의 결집을 다지고, 보다 민주적인 통치방식을 구사하면서 다음 총선과 대선에 임할 것에 대비해야 한다.

민주당도 선거결과에 자만하지 않고 ‘뉴민주당플랜’ 등을 통해 국민에게 다가가는 생활정치를 하는 정당으로 거듭날 것을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지금 민주당이 8월 전당대회에서의 당권을 놓고 밥그릇 싸움하는 모습만 볼 뿐 수권정당으로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체감(體感)하지 못하고 있다.

비록 자력에 의한 것은 아니지만 선거에 승리한 민주당은 수권정당의 면모를 갖추는 데 좋은 전기를 맞이했다. 지방권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함으로써 여당을 제대로 견제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집행까지 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또 국민들로부터 송영길 안희정 이광재 등 40대 젊은 피의 차세대 리더들을 선물로 받았다. 국민들은 그들이 국가 지도자로 성장할 자질을 갖췄는지, 또 당이 그들을 제대로 키우는지 지켜볼 것이다. 민주당에게는 6·2 승리가 하기에 따라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는 까닭이다. 민주당은 대선이 집권자를 뽑는 선거이지 이번처럼 견제세력을 키우는 선거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백화종 전무이사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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