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용 칼럼] 무상급식 ‘국론통합 모델’로 만들자 기사의 사진

“정부 정책은 원칙있고 통일 된 시스템을 갖춰야 성공할 수 있다”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16강 진출은 진정 유쾌한 도전이었다. 8강에는 실패했지만 한국 축구는 어느새 일본과 함께 세계 축구의 중심에 들어섰다. 히딩크 감독도 ‘아시아축구 성공시대’가 열렸다고 평가했다.

대표팀이 이룬 쾌거가 유쾌한 도전이 될 수 있었던 중심에는 주장 박지성의 ‘소통의 리더십’이 있었다.

히딩크, 허정무 감독 밑에서 배운 박지성의 리더십은 한마디로 ‘친근함’이다. 후배들에게 말로 지시하는 대신 솔선수범한다. 선후배를 친구 대하듯 농담을 툭툭 던지고 누구와도 허물이 없다. 이런 팀 분위기에서 박주영은 자책골의 부담을 극복할 수 있었다 한다.

박지성 리더십은 ‘권위 없는 통솔’이 가능함을 보여준 것이다. 국민들의 거리응원도 한 차원 높아진 ‘통합과 소통’의 의식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의 소통은 여전히 꽉 막혀 있다. 6·2 지방선거 후 여야의 정쟁은 더 극으로 치닫고 있다. 친이(親李)세력은 민심이 이미 심판한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 표결을 명분으로 ‘오기 정치’를, 선거에서 승리한 야권은 현 정부의 모든 정책을 뒤엎을 듯이 기세를 올리고 있다.

야간 옥외집회 금지는 여야가 처리를 미루는 바람에 당장 내일부터 단속할 근거가 없어졌다. 노조 전임자 타임오프제는 늘어난 이면 합의로 정부의 방침 자체가 무색해졌다.

국가 백년대계인 교육정책도 일제히 브레이크가 걸렸다.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그동안 움츠렸던 전교조는 물론, 교총까지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들고 있다. 이미 전국적으로 시행 중인 교원평가제와 교장공모제가 조령모개(朝令暮改)의 위기에 처했다.

일이 이처럼 꼬인 것은 정치력 부재 탓이다. MB정권이 들어선 이후 여야는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워 왔다. 여권은 대부분의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고 수세에 몰린 야권은 반대로만 맞섰다. 결국 깨닫게 된 것은 ‘합의 없이 강행처리한 정책의 결과는 사상누각’이라는 교훈의 재확인뿐이다.

지방선거 결과는 여야의 입장을 역전시켰다. 중앙정부에 대립하는 지방정부들이 대거 들어서면서 중앙권력과 지방권력의 갈등 시대로 접어들었다. 여당 시장에 야당이 의회를 장악한 지자체도 속출했다.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 추진해 오던 정책들이 곳곳에서 암초를 만나 추진력이 소진되고 만 것이다. 이러다 보니 지금 제대로 추진되는 주요 정책은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다.

전 정권의 국책 사업들을 뒤집어 혼란이 왔던 것처럼, 현 정권이 추진해 온 주요 정책들마저 대량 폐기 사태에 처하게 된다면, 나라 앞날은 뻔하다. 이제 임기 반환점에 도달한 정부가 벌써부터 레임덕을 걱정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

정치권이 정쟁에만 함몰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국가부도를 막기 위해 관광지 섬을 외국에 팔아야 하는 그리스 꼴이 날 수도 있다.

정치권은 대표팀 캡틴 박지성 선수한테서 ‘소통의 리더십’을 배워야 한다. 여야가 세종시 수정안 표결과 스폰서 검사 특별법 등을 주고받기로 합의한 것은 제대로 찾아낸 ‘윈-윈 해법’으로 평가할 만하다.

10개월간이나 소모적 논쟁을 벌여온 세종시 문제도 출구를 찾았는데, 대화와 타협으로 못 풀 문제가 있겠는가. 28일 상견례를 가진 오세훈 서울시장과 24개 구청장 당선자들은 “정당에 관계없이 시민 고객의 행복을 위해 협력하자”고 다짐했다.

중앙과 지방의 대립을 해결하기 위해 ‘갈등관리시스템’이 필요하다. 방치하면 할수록 국론 분열과 재정 손실은 더 커진다.

전국적 이슈인 무상급식은 국론통합의 모델케이스로 잘 가꿔 나갈 만한 소재다. 재정 상태는 아랑곳없이 지자체마다 제각각 추진하면 ‘보편적 급식’의 취지에 맞지 않고 혼란과 갈등만 부를 뿐이다.

정부와 전국의 교육감, 지자체장들이 참여하는 대화기구를 통해 ‘원칙 있고 통일된’ 해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수석논설위원hy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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