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이만우] ‘총무’직 측근 기용의 함정 기사의 사진

‘총무’는 “어떤 기관이나 단체의 전체적이며 일반적인 사무, 또는 그 일을 맡아보는 사람”을 의미한다. 총무는 기관장의 대인관계 및 사생활 등 은밀한 부분까지 취급하기 때문에 최측근에게 맡기려는 동기가 강하다. 총무책임자의 직급은 과장부터 중역까지 광범위한데, 청와대의 경우도 총무비서관, 총무수석 또는 비서실장까지 다양하게 운영돼 왔다.

정부부처나 공공기관의 장이 새로 임명되면 총무과장 자리가 초미의 관심사다. 총무과장은 소위 ‘지저분한 일’까지 맡아 몸으로 때우고 나면 승진이나 보직에서 영화가 보장되기 때문에 주위의 부러움을 사는 자리다. 일부 기관장은 다른 직장에서 같이 근무한 인연이 있는 사람을 총무책임자로 데려오기도 하는데, 측근의 자리도 챙기면서 공금 씀씀이의 비밀도 유지하려는 사심이 ‘총무’직 사유화의 본심이다.

공직 사유화 부작용 심각

‘총무’직 측근 기용의 백미는 청와대다. 군인 출신 대통령 시절은 말할 나위도 없고 민주화 이후에도 ‘총무’직 사유화는 계속되고 있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의 홍인길 수석을 비롯해 박지원 실장, 정상문 비서관은 각각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으로 총무 업무를 맡았는데 개인비리, 대북 송금, 퇴임 대비 등 이유와 금액에는 차이가 있지만 재판을 받고 감옥살이를 하는 ‘하수구’형 출구를 어김없이 이어오고 있다.

징역 6년이 확정돼 옥살이를 하고 있는 정상문씨는 지방직 7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서울시 감사관으로 재직하던 중에 친구인 노무현 대통령의 부름으로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맡았다. 그의 혐의 중에는 처리규정을 사전에 마련했다면 별로 문제되지 않을 사항도 포함돼 있다. 후임 대통령과의 소통이 어려워질 상황에 대비해 재임기간에 영수증 없이 쓸 수 있도록 위임된 특수활동비 일부를 퇴임 후의 역할을 위해 보관한 것은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만약 정상문씨가 정상적 인사 절차로 전문성과 경력에 따라 독립적으로 임명됐다면 그의 주장이 보다 설득력을 얻었을 것이다. 고향 친구에게 공금 관리를 맡긴 관행적 실수가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국가적 재앙의 단초가 됐다.

청와대 총무 업무와 관련한 형사소추가 계속되는 불행한 사태는 회계감사이론에서 이미 예견돼 위험경보가 발령된 사항이다. 금전을 다루는 업무에는 부정이 개입할 소지가 상존하기 때문에 업무분장을 통한 내부견제 시스템을 적절히 운용하고, 취약점이 발견되면 감사 절차를 강화하도록 감사이론이 정하고 있다. 공모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업무상 상하관계자 사이에 적절한 수준의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총무 업무를 담당할 부하를 끌고 다니는 것은 내부 통제를 무력화시켜 스스로 부정의 유혹에 빠지는 자승자박의 악수다.

우리나라의 투명성에 대한 평가는 시스템 분석 방식보다는 전문가 인식 조사에서 더욱 불량한 것으로 나타난다. 국제투명성기구가 전문가 인식을 기준으로 측정한 2009년 국가부패지수에서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최하위권인 공동 39위로 ‘브루나이’ 및 ‘오만’과 같은 수준이다. 이와 같이 투명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한 기저에는 권력층의 ‘측근 총무 끌고 다니다 같이 망하기’ 악습도 한 몫 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공정 인사가 투명사회 근간

감사원이 나서서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의 총무보직 운영 실태를 점검해 문제 기관에 대해서는 적절한 시정 조치를 내려야 한다.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 있어서도 기관장과 총무책임자의 유착관계가 적발되면 대폭 감점해야 한다.

낙하산 인사의 상징으로 조롱거리가 되고 있는 공공기관 ‘감사’직부터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인사로 공정하게 선임해 국민의 신임을 얻어야 한다. 공직 기용에 있어서 개인적 인연을 챙기려는 유혹을 떨쳐버려야 효율성도 높이면서 ‘공의가 마르지 않는 강같이 흐르는’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이만우(고려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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