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오종석] 차이완의 교훈과 위협 기사의 사진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올해 음력설인 춘제(春節) 기간 대만과 마주보고 있는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을 찾았다. 후 주석은 이곳에서 “중국과 대만은 한 집안”이라며 대만 동포들에게 음력 새해인사를 건넸다. 그는 이어 “현재 진행 중인 양안 간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협상은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협상 과정에서 특히 대만 농민 형제들의 이익을 충분히 고려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마무리할 것”이라고 설득했다. 대만 일간 중국시보는 당시 “후 주석의 ‘춘제 남순(南巡)’은 마잉주(馬英九) 당국이 음미할 가치가 있는 정책신호”라고 평가했다.

원자바오 총리는 지난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정치협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형제설법’으로 대만을 감싸 안았다. 원 총리는 “(ECFA)협상 체결은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만 우리는 형제이기 때문에 일부 갈등이 있더라도 (부모형제를)버리지는 않는다”면서 대만에 많이 양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국공(國共)합작‘이라고까지 불리는 ECFA는 이처럼 중국 최고지도부의 성의 있는 노력이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올해 1월부터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한 뒤 불과 5개월여 만에 결실을 거둔 배경이다. 궁극적으로 정치적 통합까지 염두에 둔 복선이 깔려 있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 양안 간 경제통합으로 이어지는 ‘차이완(China+Taiwan)’ 시대가 본격 도래한 셈이다.

대만 최고지도자인 마잉주 총통은 지난 29일 “비록 우리의 잠재적인 적(敵)이 대만해협 맞은편에 있지만 그와 함께 공통점을 찾아내 교류를 진행할 수가 있다”고 말했다. 마 총통은 “ECFA 체결로 대만과 중국 간 평화가 한 걸음 앞으로 매진했다”고 선언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30일 해외판에서 “ECFA는 일시적이고 갑작스런 생각이 아니다”면서 “양안 간 의미 있는 중대한 조치로 양안 관계는 새로운 장을 쓸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안 지도자의 의지와 주요 관영언론들의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대만 양쪽 내부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중국 일부 누리꾼들은 “당신들(지도자)은 윈윈했지만 백성들은 손해를 본다” “대륙에선 뭘 얻었는가, 대만 사람들은 양심이 없다” 등 혹평이 나온다. 대만에서는 야당을 중심으로 한 반대시위가 벌어지는 등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경제통합이 심화되면서 대만이 중국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분명한 건 양안이 이번 협정을 계기로 거대 경제공동체, ‘하나의 중국’을 향해 전진을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또 정치·군사적으로 대립, 갈등하는 시대를 사실상 마감했음을 의미한다. 동북아에서 중국을 중심으로 정치, 경제적인 큰 틀이 변화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런 상황은 역시 분단 상태에 있는 한국에겐 교훈과 함께 위협으로 받아들여진다. 당장 우리 경제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을 놓고 주요 수출 품이 겹치는 대만과 경쟁해야 하는 게 부담이다. 대만 수출품에 무관세 혜택이 주어질 경우 그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한국과 대만은 대중(對中)수출 상위 20개 품목 중 반도체와 반도체 부품, 액정표시장치(LCD) 등 무려 14개 품목이 겹친다. 최근 한국에서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필요성이 적극 제기되는 이유다.

더 큰 우려는 확대되는 중화경제권에 자칫 북한까지 편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천안함 사태 등으로 최근 남북간 경제협력이 사실상 전면 중단되고 신냉전시대가 시작되자 북·중 간 경제협력이 늘고 있다. 금강산 관광까지 교류는 계속 확대되고, 중국의 대북투자도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ECFA 체결을 단순히 양안 간 경제통합, 정치통합의 수순으로만 보지 말고 향후 한국 경제와 한반도 정세까지 고려한 큰 틀의 변화로 인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베이징=오종석 js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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