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개그맨 이홍렬의 '천국 땡잡기'

개그맨 이홍렬의 '천국 땡잡기' 기사의 사진

[미션라이프] “세상에 땡잡는 것 싫어하는 사람 봤어요?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다가 죽고 보니 천국이 없다고 칩시다. 그게 손해될 일인가요? 좋은 일 많이 하면서 살았던 것이 천국이 없다는 것으로 후회될 일인가요? 걱정 붙들어 매시라니까요. 분명히 하나님은 계시고, 천국은 있어요. 즐겁게 살다가 하늘나라 갔을 때 천국이 기다리고 있으면 땡잡은 거죠.”

역시 타고난 웃음꾼이다. 그가 풀어놓는 고품격 웃음보따리 속에는 영혼을 울리는 메시지가 있다. 1일 서울 상수동 극동방송 근처 한 햄버거집에서 개그와 MC의 달인 이홍렬(56·온누리교회 집사)씨를 만났다.

그의 첫마디 ‘천국 땡잡기’는 유쾌하면서도 정곡을 찔렀다. ‘만약에 천국이 없다면’ ‘다음에 믿지’하며 망설였던 어머니를 전도했던 이야기라면서 지난 일을 회고했다.

“모친 위독.” 제대를 앞둔 어느 날, 날아온 비보였다. 어머니가 자궁암으로 오래 못 사실 것 같다는 전보였다. 제대만 하면 어떻게 해서라도 어머니 병을 고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막상 제대하니 현실은 암담했다. 그래도 희망을 포기할 순 없었다. 초등학교 때 열심히 다녔던 교회를 다시 찾았다. 또 어머니 전도에 매달렸다. 글을 읽지 못하는 어머니를 위해 카세트테이프에 신약성경을 밤새 녹음했다. 출근할 때 머리맡에 놓고 나가면 어머니는 아들이 읽어주는 성경을 들었다.

그가 (다방DJ)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온종일 사람구경 못한 어머니는 아들의 손을 잡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엄마의 아빠는 할아버지잖아요? 할아버지의 아빠도 있겠죠? 그 할아버지의 아빠는 또 아빠가 있을 것이고… 그래서 쭉 거슬러 올라가면 사람의 처음 조상이 나와요, 아담과 하와죠. 바로 두 사람을 만드신 분이 하나님이세요.”

드디어 어머니가 아들이 믿는 하나님을 믿게 됐다. 키가 작아(165㎝) 어머니를 제대로 업을 수 없었다. 하얀 광목 포대기로 모친과 자신의 몸을 꽁꽁 묶고 위험한 도로를 건너 용산남부교회와 치유집회를 찾아다녔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는 결국 79년 1월1일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그냥 슬프다고 주저앉을 순 없었다. 성경을 녹음하기 위해 샀던 카세트테이프에 ‘세상을 웃기는 이야기’를 녹음해 방송국의 문을 두드렸다. 홀로 된 아버지 전도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마침내 이씨의 아버지도 크리스천이 됐다. 그러나 부친마저 고혈압으로 쓰러져 어머니가 계신 천국으로 가셨다.

“하나님은 슬픔과 고통만 주시지 않아요. 역경을 이겨낼 기쁨과 희망도 주세요.” 그랬다. 부모님을 데려가시면서 아들에겐 ‘웃음의 옹달샘’을 주신 것이었다. 79년 봄, 임성훈과 최미나가 진행한 TBC공채로 방송에 데뷔했다. 그에게 과거는 단순한 추억이 아니다. 나태해지거나 게을러지려고 할 때면 “지금 살기 편해졌다고 이러면 안돼!” 하면서 항상 반성을 한다.

언제까지 받기만 할 순 없었다. 86년 어린이재단(당시 한국어린이재단)에서 주최한 소년소녀가장을 위한 행사에 초대를 받고 사회를 본 것이 계기가 됐다. 그날 이씨는 출연료 봉투를 받았다. “집에 돌아와서 보니 10만원이 들어 있었어요. 가난하게 자란 놈이 코 묻은 돈을 받은 것 같아 잠을 못 이뤘지요.”

다음 날 재단에 돌려주겠다고 했더니 정 그러시다면 후원자가 되어주면 좋겠다고 했다. 그 돈이면 두 아이의 후원금을 낼 수 있었다. 그래서 강원도와 제주도에 사는 두 명의 청소년을 후원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후원자 수가 100명을 넘었다. 89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재단을 돕는 일에 나섰다. 2005년부터 유명 연예인들의 공연과 애장품 자선경매로 이뤄지는 나눔 축제 ‘락락(樂樂) 페스티벌’을 추진해오며 행사로 조성된 기부금을 빈곤아동을 위해 지원하고 있다. 지금은 CGN TV에서 ‘펀펀한 북카페’라는 프로그램으로 지성과 영성의 경계를 넘나들면 복음의 향기를 뿜어내고 있다.

“형편이 더 좋아지면 그 때 많이 기부하자고 생각하지만 지금, 바로, 이 순간부터 나누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2007년부터는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전국 순회 강연회를 열고 있다. ‘펀 도네이션’(Fun Donation)이라는 타이틀이다. 총 34회, 1만5500여명에게 웃음과 함께 나눔의 메시지를 전파했다.

그는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영원한 ‘뺑코 개그맨’으로 평생 살겠다는 다짐을 재차 강조했다. 최불암 선생님이 이제 홍렬이가 후원회장을 맡을 때도 됐다고 하시는데, 전 회장님감이 아니잖아요. 그냥 홍보대사가 딱 맞아요. 나는 개그맨이고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나는 죽어서도 잊지 않을 겁니다.”

◇이홍렬은 누구인가=어린이재단 홍보대사, 1954년 서울 출생. 79년 3월 TBC 라디오 가요대행진 출연. ‘일요일 일요일 밤에’(MBC), ‘이홍렬 쇼’(SBS), ‘이홍렬 박주미의 여유만만’(KBS) 등 출연. 1991년 중앙대 연극영화과 졸업, 충남 공주영상정보대학 이벤트 연출과 겸임교수 역임, 현재 TBS-FM 이홍렬의 라디오쇼, CGN TV 이홍렬의 펀펀한 북카페, 대전 MBC 이야기쇼 타임워프 진행, 1998년 제10회 한국방송프로듀서상, 2006년 기부문화 혁신포럼 행정자치부(행정안전부) 장관상 수상.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