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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판을 자르고 잇고 ‘철의 여인’이 빚은 거미줄… 기하학적 아름다움 선사하는 변숙경 展

철판을 자르고 잇고 ‘철의 여인’이 빚은 거미줄… 기하학적 아름다움 선사하는 변숙경 展 기사의 사진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7일부터 12일까지 6번째 개인전을 여는 조각가 변숙경은 가히 ‘철의 여인’이라 부를 만하다. 철판을 자르고 색을 넣고 이어붙여 거대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일련의 과정을 보노라면 어디서 이런 힘이 생겨나는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것은 곁눈질하지 않고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향한 집념과 열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입방체의 표면을 가르거나 나누고 있는 직선들은 균열의 틈을 통해 긴장과 이완의 미학을 선사한다. 그가 붙인 작품 제목은 ‘새벽일기’. 작가는 2004년 개인전 준비를 위해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고민하던 중 경기도 안성 작업실 근처를 산책하다 새벽이슬을 머금은 거미줄을 만났다. 불규칙적으로 엮어진, 그러나 정교한 형태의 거미줄에서 섬광처럼 예술적 영감을 얻었다.

여러 개의 철판으로 면을 분할한 작품은 철판 사이의 틈으로 인해 마치 거미줄처럼 보이지만 작가는 이를 통해 기하학적 구조를 발견한다. 평론가 최태만씨는 “중력의 법칙에 따라 거미는 자신의 몸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실을 뽑아내지만 작가는 거미줄 형식을 빌려 하늘에 선을 긋고 싶었는지 모른다”고 했다.

‘쇠를 자르는 여자, 자른 쇠를 다시 잇는 여자, 불꽃 튀기며 틈을 발견하는 여자, 틈을 용접하는 여자’ 등 별명이 붙은 그는 1997년 어느 조선소에서 바닷바람에 녹슨 쇳덩이를 보고 한눈에 반해 용접을 배우고 자격증까지 땄다. 이런 치열하고 몸을 아끼지 않는 노력이 있기에 철판을 떡 주무르듯 다룬다. 그렇게 완성한 원형 또는 주사위 모양의 대작이 관람객을 압도한다(02-736-1020).

이광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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