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박병권] 축구강국을 위한 제언 기사의 사진

남아공월드컵이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화제가 만발하고 있다. 세계 최강으로 인식된 브라질이 북유럽의 네덜란드에 일격을 당하고, 이번 월드컵 우승을 예약한 것처럼 기고만장했던 아르헨티나가 독일 전차군단에 녹다운 당하는 등 이변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난 주말 8강전을 지켜보며 잊을 수 없었던 장면 중 하나는 아프리카 희망이었던 가나 공격수 기안의 눈물이었다. 우루과이와 승부차기까지 벌인 결과 아쉽게 패하자 큰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천천히 그라운드를 빠져나오는 장면이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만약 기안이 경기 종료 직전에 상대의 파울로 얻은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더라면 가나는 사상 최초로 월드컵 4강에 진출하는 것은 물론 온 아프리카에 더 큰 희망을 선사할 수 있었다. 기안은 가나와 아프리카의 영웅이 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친 것이다.

기안뿐 아니라 가나의 모든 선수와 코치진, 가나를 열렬히 응원하던 관중석의 자국 서포터스들도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TV 중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아마 가나 국민 대부분이 눈물을 흘리며 패배를 아쉬워했으리라. 많은 아프리카인들도 속으로 눈물을 쏟으며 검은 대륙 마지막 자존심의 패배를 함께 위로했을 것이라 믿는다.

이처럼 축구는 소속 구성원의 단합을 공고히 하고 일체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비단 월드컵 축구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리그에서도 응원하던 팀이 아쉽게 패할 경우 식음을 전폐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쉬움과 회한의 눈물을 흘리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우리나라가 우루과이에 패해 8강전에 나서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우루과이를 이기고 8강전을 위해 남아공에 국가대표팀이 좀 더 오래 머물렀더라면 우리는 이 나라에 태어난 것을 자랑스러워하며 행복한 순간을 좀 더 오래 누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린 처음으로 원정 월드컵 16강을 달성했다. 지난 대회 우승국 이탈리아는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조별 예선에서 탈락했다. 10여 년 전 프랑스 월드컵과 유로 2000, 2001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잇따라 우승한 프랑스도 16강에 들지 못하고 항공기 일반석에 앉아 파리로 돌아갔다. 축구 강국인 이들 나라와 비교하면 우리 대표팀은 말할 수 없는 선전을 펼쳤다. 신장이나 체격은 물론 축구 환경 등 모든 것이 축구 선진국에 비해 어려운 여건에서 이 같은 위업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나는 국민들의 자존심을 높이고 화합과 일체감을 느낄 수 있는 월드컵 강국이 되기 위한 축구 활성화 방법으로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국내 리그 활성화와 함께 남북 축구 교류를 시작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당장은 천안함 피격처럼 남북 간 민감한 사안이 걸려 있어 어려운 면이 있지만 이번 현안이 해결되면 한번 생각해 봄직하지 않은가. 특히 북한에는 정대세라는 걸출한 스타가 있고, 우리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캡틴 박지성이 있지 않은가.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는 정대세가 북한 국가를 들으며 우는 모습을 감동 깊게 지켜봤다. 북한 축구대표이면서도 우리 국민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는 정대세를 보면서 스포츠란 이념과 정치, 사상을 모두 초월한다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우리의 16강행이 확정되고 북한의 16강행이 사실상 좌절된 뒤에도 북한이 마지막 조별리그에서 한 번만이라도 이겨주길 우리 국민들은 얼마나 빌었던가.

박지성 또한 북한 주민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북한은 지난해 6월 아시아 최종 예선 마지막 경기 때 같은 시각에 열린 대한민국-이란전에서 우리가 비겼기 때문에 남아공행을 확정지었다. 당시 이란전에서 동점골을 터뜨린 선수가 바로 박지성이다. 정대세도 공식인터뷰에서 박지성에게 고맙다고 인사했고 이 장면이 북한 전역에 그대로 방송됐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사실을 믿으며 조심스럽게 남과 북의 축구 교류전을 심각하게 고려했으면 한다.

박병권체육부장 bk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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