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 옛그림] (27) 화가는 그림대로 사는가 기사의 사진

메추라기는 못생긴 새다. 작아도 앙증맞기는커녕 꽁지가 짧아 흉한 몸매다. 한자로 메추라기 ‘순(?)’은 ‘옷이 해지다’라는 뜻도 있다. 터럭이 얼룩덜룩한 꼴이 남루한 옷처럼 보인다. 메추라기는 또 정처 없이 돌아다닌다. 누더기 옷차림으로 떠도는 나그네와 닮았다.

메추라기 두 마리가 조 이삭 밑에서 거닌다. 한 마리는 촘촘한 이삭을 향해 고개를 쳐들었고, 한 마리는 땅에 떨어진 낟알을 부리로 쪼고 있다. 모처럼 먹을거리 푸진 곳을 찾아다닌 까닭인지 한결 통통하게 살이 오른 놈들이다. 조는 기장처럼 알곡이 작다. 하도 작아서 조와 기장은 가끔 ‘소득 없는 짓’에 비유된다. ‘순자’에 이르기를 ‘예(禮)와 의(義)에 기대지 않고 시서(詩書)를 읽는 것은 창으로 기장을 찧는 것과 같다’고 했다.

그래도 조는 어엿한 오곡이다. 조밥은 차지고 알을 톡톡 씹는 맛이 있다. 메추라기 구이도 별미다. 냉면 웃기로 달걀 대신 메추리알을 올리는 식당도 있다. 메추라기는 성경에 여러 번 등장한다. 애굽에서 나온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이 내려주신 메추라기로 배고픔을 이겼다.

최북은 메추라기 그림에 으뜸인 화가다. 별명이 ‘최 메추라기’였다. 그림 속에 명나라 화가 문징명의 그림을 본떠서 그렸다는 글이 보이지만 그의 메추라기는 오롯이 조선풍이다. 다만 그의 삶이 쓸쓸했다. 애꾸눈에다 해진 옷을 입고 유리걸식을 일삼아 사람들은 그를 ‘거지 화가’로 조롱했다. 메추라기를 그리다 메추라기 꼴이 됐으니 최북에게 그림은 운명이었다.

손철주(미술칼럼니스트·학고재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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