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말걸기-이명희] 소통의 리더십 기사의 사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남아공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이뤄내면서 기업들 사이에 ‘박지성 리더십’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주장의 권위를 앞세우기보다 팀원들의 고충을 들어주며 부드럽게 소통하는 박지성의 리더십을 기업경영에 접목해 보자는 것.



전후반 90분 종횡무진 어느 선수보다 많이 뛰고, 팀원이 실축을 했더라도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다독거려주는 캡틴 박의 듬직한 모습에 온 국민은 열광했다. 젊은 선수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음악을 틀어주도록 건의하고 아르헨티나전에서 대패한 다음날 아침에는 모든 선수들이 아침식사를 마칠 때까지 두 시간여 동안 식당에 머물며 의기소침해진 선수들을 다독거렸다고 한다. 훈련 중 게임을 하다 벌칙에 걸려 까마득한 후배 기성용과 이청용으로부터 꿀밤을 맞는 박지성 모습이나 박주영이 벌칙으로 ‘노바디춤’을 추는 장면들은 유쾌한 도전의 원동력이 무엇이었는지를 느끼게 한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리더십은 카리스마나 자질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고 일, 책임, 신뢰와 관련이 있다고 했다. 리더십의 기초는 조직의 사명을 깊이 생각하고, 그것을 규정해서 확립하는 것이다. 리더는 또 책임의 관점에서 실패를 다른 사람에게 돌리지 않는다. 인간적으로 좋아하거나 의견을 같이해서가 아닌,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데서 얻어지는 신뢰도 리더가 갖춰야 할 필수 덕목이다.

마이클 해크먼 미국 콜로라도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와 크레이그 존슨 조지폭스대학 경영학 교수가 공저한 ‘소통의 리더십(Leadership : A Communication Perspective)’에선 리더의 소통 스타일로 권위형, 자유방임형, 민주형을 꼽는다. 그 중에 팔로어와 협력하는 민주적 리더십이야말로 실제 효율성이 가장 높고 생산성, 만족도, 충성도를 높인다고 주창한다.

박지성 리더십과 세계적 현자들이 주창하는 현대 리더십의 일맥상통한 점은 끊임없이 노력하고 섬기라는 것이다. 이는 아직도 오너 말 한마디 한마디에 좌지우지되는 국내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4월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삼성 이건희 회장의 경영복귀와 한국 정부의 ‘재벌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재벌들은 현재의 계급적 경영구조와 제왕적 소유구조로는 대처하기 힘든 새로운 경쟁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아이폰에서 보듯 소프트웨어 중심의 열린 생태계를 창조해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최근의 경제흐름은 한국 재벌의 특기인 ‘하드웨어 중심의 수직적 하청 경영’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

4대강 정책 등을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이는 현 정부에도 ‘섬김의 리더십’이 절실하다. “경부고속도로 건설 때도 반대가 심했다”는 주장만을 내세운다면 국민과의 소통이 어렵다. 훗날 누가 옳았는지는 역사가 심판하겠지만 영국 석유회사 셸의 브렌트 스파 사건은 현 정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국적 석유그룹 로열더치 셸의 영국 자회사 셸은 1995년 수명이 다한 해상 석유저장 탱크 브렌트 스파를 영국 정부의 허가를 얻어 북대서양에 가라앉힐 예정이었다. 하지만 환경단체인 그린피스의 시위와 언론보도 때문에 셸은 이 계획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셸은 정부를 비난하거나 그린피스가 부정확한 증거를 제시했다고(나중에 그린피스가 사과했다) 비난하지 않았다. 대신 내적인 성찰을 시작하고 정책의 결정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기업과 사회 모두에 득이 되도록 윤리적 행동 원칙을 문서화해 직원들에게 실천을 장려했고, 회사 밖의 여러 단체들이 내놓은 의견을 정책결정에 반영했다. 10년 뒤 셸의 제임스 스미스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사회와 소통할 필요가 있었다. 사람들의 관심사와 기대를 이해하고 그에 부응해야 했다.”(달라이 라마·라우렌스 판 덴 마위젠베르흐 저 ‘The Leader’s Way’ 중에서)

이명희 경제부 차장 mh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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