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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기 칼럼] 쌀농사를 고사시킬 작정인가

[김성기 칼럼] 쌀농사를 고사시킬 작정인가 기사의 사진

“이대로 가면 몰락이 뻔히 보이는데 정부와 정치권 모두 총대를 메려하지 않는다”

세종시 수정안이 폐기되고 원안 추진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거센 논쟁이 잠잠해지는가 싶었는데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주장이 기세를 올리고 있다. 국회 직무유기로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의 야간옥외집회 금지규정마저 근거를 잃어 4대강 반대 야간집회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야간집회에 다시 등장한 촛불을 보며 민주주의가 만개했다고 가슴 벅찬 감동을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러다가 나라가 어디로 가는 것인지 걱정하는 소리가 더욱 무겁게 울린다.

4대강 등 국책사업을 둘러싼 끊임없는 논란과 명분 싸움에 이목이 집중된 사이 국가 장래에 직접 영향을 미칠 중대 사안들이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져 표류하고 있다.

그 대표적 사례가 쌀 시장 조기관세화 방안이다. 이는 국내외 가격차를 상당 부분 관세로 매겨 쌀 시장을 개방하자는 논의인데 다급한 국내 형편에 비춰 하루 빨리 결단해야 할 중대 사안으로 꼽힌다.

우리나라는 1995년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에서 쌀 시장 개방을 유예하는 대신 낮은 관세로 외국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최소시장접근물량(MMA)을 허용하고 물량을 매년 늘리기로 약속했다. UR협상의 후속인 도하개발어젠다(DDA)협상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2004년 쌀 협상에서 관세화 개방을 다시 10년 연장했다. 그 대신 MMA 물량을 해마다 2만300여t씩 늘려주기로 했다.

쌀 시장 개방을 늦추는 대가로 수입해야 하는 MMA 물량은 1995년 5만1300t에서 올해 32만7300t, 2014년에는 40만8700t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시장개방을 유예하는 대가로 20년간 8배 가까이 급증한 물량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엄청난 부담을 떠안은 것이다.

MMA는 중간에 관세화를 단행하면 그 이후 고정되는 수입 물량이므로 관세화가 늦어질수록 그만큼 물량이 늘어나 국내 시장에 미치는 부담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국내 쌀 소비는 467만t인데 비해 공급은 MMA를 포함해 530만t을 웃돌았다. 쌀 시장 개방에 부정적인 농민 여론을 의식한 임시방편이 십수년간 지속되면서 결국 쌀 농사의 기반을 잠식하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으나 여야 정치권은 물론 정부까지 근본 대책을 아직 외면하고 있다. 시장 개방을 막는다는 명분 아래 MMA 물량을 해마다 늘리다 보면 어떤 결과가 오리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인데도 말이다.

정치권은 쌀 시장개방 주장이 득표 전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계산에서 몰락의 길을 방관하고 있다. 야당은 농촌 경제에 미칠 파장을 정부와 여당 책임으로 던져놓고 대신 군중 동원에 유리한 4대강 반대 집회나 정략적 발상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정부와 여당은 4대강을 둘러싼 반대 주장 대처에 급급한 나머지 다른 문제는 돌아볼 여유가 없다. 지금도 수세에 몰려 있는 판국에 쌀 시장 개방이란 민감한 사안을 건드렸다가 농민 반발까지 겹치면 거센 공세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걱정 때문이다.

그 사이 공급초과로 쌀값이 폭락하면서 농촌경제는 깊은 시름에 잠겼다. 일부 농민단체와 사회단체들은 대북 쌀 지원을 재개해 재고를 줄이라고 주장하지만 천안함 사건 이후 경각심이 고조되면서 씨알도 먹히지 않는 소리로 치부되고 있다. 북한에 보낸 쌀이 어느 용도로 쓰일지 모르는데도 대북지원을 하라는 주장은 국민에게 무책임하게 들릴 뿐이다. 오래된 쌀을 사료용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그나마 재고부담을 줄이는 현실적 대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 역시 근본 대책은 못된다.

이제는 정부가 눈앞의 부정적인 여론을 무릅쓰고 쌀 조기관세화 방안을 공개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미룬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늘 표 계산에 빠져 있는 여야 정치권이 도와줄 사안은 더욱 아니다. 부담스럽더라도 조기관세화를 공론화함으로써 국민에게 실상을 충분히 알려야 한다. 올해 안 되면 내년이라도 관세화의 중지를 모아 국내 농업에 미칠 피해를 줄여야 한다. 그게 정부가 할 일이고 해당부처 장관들의 기본 책무다.

편집인 kimsong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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