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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발견] 봉숭아 染指, 자연의 흠모

[계절의 발견] 봉숭아 染指, 자연의 흠모 기사의 사진

봉선화(봉숭아)는 농부처럼 소박하다. 기껏 장독대 뒤에 함초롬히 핀다. 현재(玄齋) 심사정(沈師正)의 ‘초충도’에 나오는 봉선화 꽃잎은 물감 칠한 듯 강렬하지만 방아깨비 희롱에도 고개 숙인다.

봉선화는 손톱에서 오랜 생명력을 자랑한다. 매니큐어와 페디큐어로 치장하다가도 여름이면 염지(染指)를 즐기는 사람이 많다. 자연에 대한 흠모이리라. 몽골과 교류가 빈번하던 고려 때 들어왔다. 봉선화에 포함된 수산(Oxalic Acid)이 손톱 형질을 물렁하게 하고 백반에 포함된 소금이 매염제가 되어 물을 들이는 원리다.

손톱 물들이기는 7∼8월이 제철이지만 염지의 데드라인인 음력 8월 보름에 하는 사람도 있다. “첫눈 올 때까지 봉숭아물이 있으면 첫사랑이 이뤄진다”는 지금의 속설과 달리 “가을 서리 내릴 때까지 흔적이 남아 있으면 신랑감이 나타난다”가 오리지널이다.

이 때문에 잠버릇 험한 처녀가 아침에 봉숭아 묶음이 사라진 제 손가락을 보고 울며불며 난리 피우기도 했다.

손수호 논설위원 shsh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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