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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선의 동물 이야기] 캘리포니아 바다사자의 짝짓기

[배진선의 동물 이야기] 캘리포니아 바다사자의 짝짓기 기사의 사진

다음 세대로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는 일은 동물들에게 생존의 이유다. 수컷들은 많은 자손을 퍼트리기 위해 교미의 기회를 더 많이 확보하려고 하고, 양육과 육아를 혼자서 담당해야 하는 암컷들은 기왕이면 좋은 씨를 받기 위해 이리저리 재며 상대를 저울질한다. 당연히 번식기에 들어서면 수컷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무리의 우두머리가 되어 모든 것을 갖거나 그렇지 못하면 아무것도 가질 수 없는 냉혹한 경쟁에서 캘리포니아바다사자 수컷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캘리포니아바다사자의 생활에서 번식은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번식기가 시작되는 6월 초가 되면 수컷들부터 캘리포니아 해안에 상륙하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수컷들 간의 경쟁이 시작된다. 암컷이 수컷을 선택할 때 외모보다는 그 수컷이 뭘 가졌는가를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혼자서 새끼를 낳고 길러내야 하는 암컷들의 입장에서는 안전하면서 먹이를 구하기 좋은 곳이 수컷을 고를 때 우선 조건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바탕의 치열한 전투 후에 좋은 자리를 차지했다고 하더라도 수컷에게 이것은 끝이 아니다. 땅에 등기를 해놓을 수도 없는 일이니, 번식기가 끝날 때까지 호시탐탐 자신의 땅을 노리는 다른 수컷들을 막아내야 한다.

드디어 기다리던 암컷들이 해안에 상륙을 하고 맘에 드는 수컷을 골라(좀 더 정확히 말하면 마음에 드는 땅을 골라서) 정착한 뒤에 곧 출산을 시작한다. 출산 후 2주 정도 지나면 새로운 발정이 오는데 이때를 놓치지 않고 수컷의 구애와 짝짓기가 시작된다. 좋은 땅을 확보한 능력 있는 수컷이라면 20마리 이상의 암컷을 거느리는 일도 어렵지 않다.

하지만 싸움에 이기고, 좋은 땅을 차지해서 많은 암컷을 거느리게 된 수컷은 정말로 행복할까. 글쎄 그건 좀 더 생각해 볼 문제다. 두 달간의 번식기 동안 제대로 먹지도 쉬지도 못한 수컷은 번식기가 끝날 때쯤이면 무게는 줄어들고, 온몸은 크고 작은 상처투성이가 되어 있다. 항상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하니 당연히 스트레스 수치도 높다. 올해 우두머리였을지라도 내년에 새로운 젊은 수컷의 도전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어린 수컷에게 철저한 응징을 당해야 한다.

그래서인지 동물원에서 보면 우두머리 수컷의 수명이 암컷들보다 훨씬 짧다. 모든 것을 가질 수 없는 것은 동물이나 사람이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서울동물원 동물운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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