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엄종식] 북한이탈주민 정착을 위한 제언 기사의 사진

얼마 전 북한이탈주민 교육기관인 하나원에서는 천안함 피격 사건 이후 한 교육생이 자신이 갖고 있던 돈과 교육기간 중 간식도 안 사먹고 모아두었던 적지 않은 돈을 희생자들을 위한 성금으로 내 놓았다. “나를 대한민국에서 받아 주었는데, 나라 지키다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 무언가 해야 되지 않겠느냐”면서 성의만 조금 표시하면 되지 않느냐는 주변의 만류에도 기꺼이 기부를 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경기도에 채용된 북한이탈주민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그 중 한 분은 “꿈을 가지고 노력하면 다 잘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냉정하더라. 치열한 생존경쟁임을 느꼈다”고 하면서 “자본주의의 현실적 측면을 더 많이 알려주었으면 한다”고 했다.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교육시설인 하나원이 오늘 개원 11주년을 맞는다. 북한이탈주민들은 하나원에서 3개월 동안 우리 사회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기초직업능력을 함양하며, 심리·정서적 안정을 회복한다.

개원 11주년을 맞은 하나원

지난 11년간 하나원을 거쳐 간 교육생은 모두 1만7000여명에 이른다. 또한 입국자가 계속 증가해 올해 하반기에는 북한이탈주민 2만명 시대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이 우리 사회에서 정착하는 현실은 결코 만만치가 않다.

특히 경제적 어려움이 각종 경제지표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들의 고용률은 41.9%로 일반국민의 70% 수준이며, 실업률은 13.7%로 일반국민의 4배가 넘는다. 이런 문제의식에 입각해 정부는 북한이탈주민의 자립·자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정착기반인 경제생활 안정을 위해서는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고, 이는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지자체 등이 총체적으로 노력해야 할 과제들이다.

북한이탈주민들의 열악한 건강상태가 취업에 큰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2009년 조사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은 직장을 그만둔 이유로 심신장애를 1위(54.3%)로 꼽았다.

그 대안으로 전문가들은 현재 소득발생시 중단하는 의료급여를 5년간 보장할 것을 제안한다. 이는 특히 북한이탈주민의 취약한 건강을 보호함과 동시에 취업의지를 높이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이러한 의견을 반영하여 취업에 관계없이 일정 기간 의료보호를 지속 실시하되, 생계급여 지급기준은 보다 강화하여 북한이탈주민이 우리 사회에서 스스로 설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의 부정적 인식도 또 다른 장벽이다. 북한이탈주민이 주로 취업하는 사회적기업에 다니는 한 근로자는 “비슷한 사람들이 많아, 자신을 이상하게 보지 않아서 좋다”고 한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은 한국사회 적응을 막는 장애물로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편견과 언어소통의 어려움’(46%)을 들었다. 홍정욱 국회의원의 설문조사에서도 북한이탈주민을 보는 남한 주민의 시각이 ‘비호의적’(56%)이라는 응답이 우세했다.

따뜻한 배려와 관심 절실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우리 자신의 시선을 다시 돌아볼 때다. 북한이탈주민은 출신지역이 북한인 대한민국 국민이다. 오랜 기간 갈라져 살아온 과거로 인해 말투, 태도, 의식은 다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다가서고 함께해야만 하는 소중한 우리 이웃이다. 북한이탈주민이 정착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따뜻한 시선과 관심일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관심을 바탕으로 북한이탈주민에게 사회적기업 등 보다 많은 안정적인 고용환경을 제공하고, 민간단체나 기업이 북한이탈주민과 일자리 나누기에 적극 참여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나원 개원 11주년, 북한이탈주민 2만명 시대, 이는 단지 늘어나는 숫자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는 이들을 통해 통일 후 만나게 될 2400만 북한주민을 먼저 만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우리가 이들을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통일한국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이다.

엄종식(통일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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