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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종 칼럼] MB, 좌고우면할 여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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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의 봄풀이 꿈에서 미처 깨기도 전에(未覺池塘春草夢) 계단 앞 오동잎은 어느새 가을 소리를 내네(階前梧葉已秋聲). 옛 선현은 젊은이들에게 한 순간도 가벼이 여기지 말고 학문에 힘쓰라며 세월의 빠름을 이같이 비유했다. 학문하는 젊은이들에게만 세월이 빠른 건 아닐 터이다. 정치권력을 쥔 이들에게 세월은 더 빠르지 않을까 싶다.

벌써 오동잎 떨어지는 소리?

임기의 반환점에도 이르지 않은 이명박 정권은 아직도 봄꿈을 꾸고 있을 터인데 사방에서 벌써 오동잎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시국이 하 수상하다.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에서 비롯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간다. 이 대통령의 연고지인 영일과 포항 출신 고위 공무원 모임인 영포목우회, 그리고 대선 때 이 대통령을 도왔던 외곽 조직 선진국민연대가 정부와 공기업은 물론 금융권 등의 인사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국정을 농단했다는 주장들이 연일 터져 나온다. 어지럽다.

사태가 이처럼 총체적 난국으로 치닫고 있는 건 파문이 집권 핵심 세력 간의 권력 투쟁에서 비롯됐고, 그것이 사생결단식으로 계속 확대 재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고된 개각과 청와대 개편이 늦어지고 여당도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어 권력이 진공상태에 빠짐으로써 사태를 수습할 주체가 없는 것도 배경 중 하나다.

과민한 탓인지 모르겠으되 이번 사태를 다루는 언론들의 태도도 종전과는 달리 훨씬 적극적인 것으로 보인다. 친여 성향의 매체들까지도 연일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면서 톱뉴스로 다루고 있다. 세월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된 것은 악재들이 잇따라 터진 데도 원인이 있다. 천안함 사건에서 드러난 군의 허점, 여당의 지방선거 패배, 4대강 사업을 둘러싼 국론 분열, 세종시 문제에서 정면 충돌해 버린 이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간의 갈등, 잠복해 있던 여권 핵심 세력 간의 권력 투쟁 등이 그것들이다. 이러한 것들로 인해 정권의 국정 장악력, 특히 여권에 대한 통제력이 크게 약화되면서 민간인 사찰을 뇌관으로 하여 폭발한 게 지금의 정국인 것이다.

이른바 레임덕은 정권의 임기 개시와 함께 시작돼 임기 말이 가까워질수록 커지는 게 권력의 속성이다. 이미 나타나기 시작한 현상이지만 이 대통령이 야당과 여권 내 비주류의 저항은 물론이고 내 편인 줄 알았던 사람으로부터도 여차하면 뒤통수를 맞는 일이 없지 않을 것이다. 이 대통령은 최악의 경우 고립무원의 사면초가 속에 놓일 수도 있다는 냉엄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극약처방으로 국면전환을

이 대통령이 지금의 난국으로부터 탈출하고 집권 후반기 큰 레임덕 없이 국정을 소기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수술이나 극약처방과 같은 충격요법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내각과 청와대 개편을 놓고 몇 달씩 좌고우면하는 것은 국정의 공백은 물론 세력 간, 개인 간 갈등만 야기하고 국면 전환의 효과를 반감시킨다. 기왕 개편을 마음먹었으면 보다 신속하고 전면적으로 단행해 분위기를 일대 쇄신할 필요가 있다.

국정의 효율적 수행을 위해서는 여권 내 단합이 전제조건이다. 지난달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패한 뒤, 기자는 이 난에서 여권의 주류와 비주류가 위기 상황을 만났기 때문에 손을 잡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그러한 기자의 예측은 또 빗나갔다. 주류가 세종시법 수정안의 본회의 표결을 강행하자 박 전 대표는 직접 반대 토론에 나섰다. 이 대통령의 장군에 박 전 대표가 멍군으로 받은 것이다. 여권이 이런 상황에서 국정이 제대로 집행된다면 기적이다. 주류와 비주류의 화해 가능성은 7·28 국회의원 재선 은평을에 나선 주류의 2인자 이재오 전 의원에 대해 박 전 대표 측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가늠해볼 수 있다.

이 대통령에게 그동안에도 촛불집회 등 시련이 없지 않았으나 진짜 시련과 지도력 시험은 지금부터가 될 것이다. 오동잎이 가을 소리를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민간인 사찰 문제 처리와 정부 인적 쇄신 내용이 그 첫 관문이 될 것이다.

백화종 부사장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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