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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靑비서관, 장관급에 ‘충성 서약서’ 요구


2년전 위촉장 받은 직후 사무실로 불러…1급이 장관급에 월권행위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2008년 7월 11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김대모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서약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6월 기자를 포함한 노동 관련 교수 및 전문가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으로부터 위촉장을 받은 직후 이 비서관이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서약서를 요구했다”며 “서약서 내용은 직무 수행 중 문제가 생길 경우 임기 중이라도 물러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취임하자마자 사직을 운운하는 서약서를 요구해 굴욕감을 느꼈다”며 “이 비서관이 청와대가 임명하는 고위직에 대해 관례상 다 받는 것이라고 말해 그냥 서명했다”고 전했다.

노사정위는 대통령 자문기구로 위원장은 장관급이다. 1급인 청와대 비서관이 장관급 인사에게 서약서를 받은 것은 유례가 없는 월권행위로 지적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장관급 인사가 임명된 뒤 서약서를 받는 경우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김 위원장과의 모임에 참석했던 교수와 전문가들은 표현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김 위원장이 분명히 서약서(또는 각서)를 요구받았고 기분이 나빴다고 말한 것을 들었다고 했다. 한 노동 전문가는 “김 위원장이 취임 직후 이 비서관으로부터 고위직 임명에 따른 관례라며 서약서를 요구해 서명했다고 말했다”고 확인했다. 한 교수는 “이 비서관이 김 위원장에게 요구한 서약서는 정황으로 볼 때 정권에 누를 끼치는 행동을 했을 때 언제든지 물러나겠다는 일종의 충성서약으로 보인다”면서 “이 비서관이 독자적으로 고위직을 관리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11일 전화통화에서는 “청와대에서 위촉장을 받은 날의 기억이 잘 안 난다”면서 “그런 일은 없었던 것 같다”고 부인했다. 김 위원장은 12일 2년인 노사정위원장 임기가 끝난다. 다만 후임이 결정될 때까지는 위원장직을 계속한다. 본보는 사실 확인을 위해 이 비서관과의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 비서관은 이날 사표를 제출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12일 이 비서관의 사표를 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비서관은 “저로 인해 물의가 빚어져 죄송하다”며 “본의 아니게 대통령께 누를 끼친 데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고 밝혔다.

임항 남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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