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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홍의 식물 이야기] 이삿짐 목록에 포함된 회화나무

[고규홍의 식물 이야기] 이삿짐 목록에 포함된 회화나무 기사의 사진

옛 선비들이 이삿짐 목록에서조차 빠뜨리지 않았던 나무가 회화나무다. 느티나무 팽나무 왕버들과 함께 매우 크게 자라는 나무 가운데 하나다. 30m를 훌쩍 넘고 가슴높이 둘레도 10m 넘게 자란다. 정자나무로도 많이 쓰이는데, 특히 자유분방하게 뻗어 나가는 나뭇가지가 대담할 뿐 아니라, 호연지기의 기품까지 갖췄다 해서, 정자나무 중 고급으로 여겨왔다.

여름에 가지 끝에서 조롱조롱 모여서 피어나는 회화나무 꽃의 유백색은 노란 색 가운데 가장 기품 있는 색으로 쳤고, 사람들은 이를 염색의 재료로 활용했다. 잎사귀는 얼핏 보면 아까시나무를 닮아서 종종 혼동하기도 한다. 두 나무가 모두 콩과에 속하는 친척 관계의 식물인 까닭이다. 그러나 회화나무는 늠름하게 퍼지는 나뭇가지와 미끈한 줄기에서 풍기는 기품이 아까시나무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회화나무는 ‘선비나무’ 혹은 ‘학자수’라고도 불린다. 독창적이면서도 결코 주변 풍경에 거슬리지 않고 조화롭게 자라는 모양이, 자신의 분야를 독창적으로 개척하는 학문의 길과 같다고 본 것이다. 영어문화권에서도 ‘Scholar Tree’ 라고 부르는 걸 보면, 동서고금이 기품을 인정한 셈이다.

고향은 중국이지만 우리나라에 2000년 쯤 전 들어왔기 때문에 우리 나무라 해도 괜찮을 듯하다. 중국에서는 회화나무를 ‘입신출세(立身出世)’의 상징처럼 여기면서, 선비들이 벼슬에 오르게 된 기념으로 자신의 집 마당에 심었다고 한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회화나무를 ‘출세목(出世木)’이라는 별명으로도 부른다. 또 집안에 심어 가꾸면 행복을 가져온다 해서 ‘행복수(幸福樹)’라고도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회화나무 꽃을 가을 과거 시험을 알리는 상징으로 받아들이는 등 회화나무는 학자나 벼슬을 상징했다. 요즘도 회화나무를 집안에 심어두면 아이들이 공부를 잘 하게 된다는 이야기까지 전할 정도다.

중국 주(周)나라 때는 궁궐에 세 그루의 회화나무를 심고, 조정에서 가장 높은 벼슬인 삼공(三公)을 상징하는 나무로 여겼다. 주나라 궁궐 예법을 따른 우리나라에서도 궁궐 입구에 회화나무를 심고, 영의정 우의정 좌의정의 상징으로 여겨왔다. 현재 창덕궁 돈화문 앞 회화나무가 바로 그런 궁궐 예법에 따라 심은 나무다.

옛 선비들이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이삿짐 목록에서조차 빼놓지 않았던 까닭을 이해하고도 남을 만하다.

천리포수목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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