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배진선의 동물이야기

[배진선의 동물 이야기] 아누비스 개코원숭이의 번식전략

[배진선의 동물 이야기] 아누비스 개코원숭이의 번식전략 기사의 사진

동물의 세계에선 힘센 수컷만이 우두머리가 되어 절대 권력을 휘두를 것 같지만, 아누비스 개코원숭이 세계에서 수컷은 단지 외부의 침입에 맞서 싸워주는 용병이거나, 번식기 때 필요한 짝짓기 상대에 불과하다. 실제로 무리 안에서 주요한 결정을 하는 핵심적인 위치는 우두머리 암컷이 차지한다.

아누비스 개코원숭이는 아프리카의 사바나 지역에서 여러 마리의 암컷과 수컷들로 무리를 지은 형태로 산다. 암컷에게 발정이 오면 모든 어른 수컷들은 암컷에게 짝짓기 상대로 선택받기 위해 나름대로 아이디어를 내고 전략을 짠다.

전략의 첫 번째는 힘이 비슷한 수컷들끼리 연합전선을 형성하는 것이다. 번식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경쟁자들을 물리칠 수 있는 충분한 힘이 있어야 하는데, 혼자만의 힘으로 경쟁자를 물리치기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다른 수컷과 연대해 경쟁자를 몰아내고 암컷에게 접근할 기회를 얻는다.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것이 어려울 때는 선물 공세를 해서 암컷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선물을 주는데 싫어할 사람이 없듯, 선물을 싫어하는 개코원숭이도 없다.

다음으로 수컷은 마음에 두고 있는 암컷에게 철저히 충성을 바친다. 혹시 다른 암컷과 싸움이라도 할라치면 서슴없이 그 편에 서서 대신 싸워주고, 맛있는 것이 생기면 지체 없이 암컷에게 바친다. 수컷의 먹이 선물은 암컷의 어린 새끼에게도 주어진다. 이런 수컷들은 암컷의 환심을 사는 방법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해서 암컷과의 짧은 짝짓기에 성공한 수컷들은 성공의 기쁨을 만끽하겠지만, 15∼20일 동안 암컷이 받아들이는 수컷은 한 둘이 아니다. 여러 번 교미를 한다고 해서 수태 확률이 높아지는 게 아닌데도 여러 마리 수컷들과 짝짓기를 하는 것은 암컷의 속내가 다른 곳에 있기 때문이다. 즉 여러 수컷들과 관계를 맺어둠으로써 그 모든 수컷들로 하여금 장차 태어날 새끼가 자신과 혈연관계가 있다고 믿게 만들기 위해서다. 그럴 경우 새끼가 그 수컷들의 공격을 받아 죽는 일은 생기지 않게 된다. 대단한 모성애가 아닐 수 없다.

그럼 암컷들이 진짜 교미상대로 생각하는 대상은 누구일까. 바로 무리 안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는 신참 수컷들이다. 처음부터 무리에 있던 수컷들과 아무리 돈독한 관계를 맺어왔더라도 암컷에게는 다 쓸데없는 일이다.

평생 자신이 태어난 무리 안에 머물러 있는 암컷 입장에서는 새로운 피를 받아들여서 무리의 유전자를 다양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동물원 동물운영팀장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