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윤철호] 과학기술도 월드컵의 꿈 키우자 기사의 사진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축구대회가 스페인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에 우리 팀은 참 잘 뛰었고 멋지게 싸웠다. 8강까지 오르기를 국민들은 바랐지만 16강으로 가는 길목에서 보여준 그 당당함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했다. 물론 살짝 아쉬움이 남았다.

그럼에도 선수와 국민 모두 웃을 수 있었던 것은 월드컵을 맘껏 즐겼기 때문이다. 열심히 뛰는 것에서 나아가 축구를 좋아하고 또 즐기는 ‘양박 쌍용’의 새로운 리더십과 ‘유쾌한 도전의 힘’을 우리는 보았다. 대한민국이 골프 야구 수영 피겨스케이팅에서 세계를 제패한 것 또한 젊은이들의 ‘유쾌한 도전’이 그 밑거름이다. 박세리를 보며 신지애가 꿈을 키웠듯, 박찬호 박태환 김연아를 보며 더 많은 아이들이 도전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는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젊음의 도전 필요한 영역

젊은이들의 유쾌한 도전이 필요한 분야가 스포츠뿐일까. 과학기술 분야야말로 그러한 도전이 절실하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인은 500만 명 정도다. 이들이 산업체 대학 연구기관 과학기술관련업체 과학교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이공계의 사기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공계 대학 기피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졸업 후 전문 과학기술자가 되기 위한 대학원 진학이 모험으로 여겨지는 풍토에서 우리 젊은 인재들이 유쾌한 도전을 시도할 수 있을까.

미국 경제잡지 포천은 2010년 세계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소프트웨어 분야 전문기업인 새스(SAS)를 선정했다. 직원들이 최고 연봉을 받는 건 아니나 대신 건강 육아 등 완벽한 복지가 제공된다. 여기에는 직원들이 행복해야 고객들도 행복하다는 경영진의 신념이 깔려 있다. 그러나 새스의 설립자 짐 굿나잇은 직원들이 회사에 다니는 이유가 우수한 복지 때문만은 아님을 강조한다. “지식 기업인 새스의 생산성은 직원들의 의식에서 비롯되며, 업무환경은 창의성과 도전의식을 자극하도록 조성돼 있다”는 것이다.

축구건 기업이건 과학이건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8년 전 히딩크는 축구기술만이 아니라 미래를 향해 도전할 수 있다는 ‘꿈’을 우리에게 선물했다. 그 꿈을 먹고 박지성이 자랐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첫 원정 16강의 기쁨과 함께 두려움 없이 도전하는 G세대들의 등장을 확인했다.

기쁘면서도 부러웠고, 그리고 안타까웠다. 어쩔 수 없이 우리 과학기술계 현실이 떠올라서다. 그 뒤에 다짐이 남았다. 과학기술계에도 이런 가슴 뛰는 도전이 생겨나도록 해야겠다는 다짐, 과학기술인도 세상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선배 과학기술인으로서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다짐 말이다.

과학기술인 리더십 강화를

과학은 그 태생이 본래 아름다운 도전이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실존 인물인 수학자 존 내시는 게임이론으로 1996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존 내시를 비롯한 수많은 과학자들의 ‘아름다운 방정식’들이 20세기를 수놓았다. 과학기술인들의 도전이 우주 탐사의 길을 열고 에너지, 질병, 기후, 식량문제 등 해결을 위한 노력의 결과들을 세상에 내놓고 있는 것이다. 도전하고 또 도전할 수 있어야 성공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그 도전의 맥이 흔들리고 있다.

과학기술인들이 더 이상 도전하지 않는 사회, 도전하지 못하는 사회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그렇게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렵다. 하고 있는 일이 자랑스러운 분위기가 과학기술계에 조성돼야 한다. 그래서 한국 축구처럼 유쾌 발랄한 리더십이 마음껏 발휘돼야 한다.

그렇게 되면 과학기술인들의 고민과 안타까움은 아름다운 꿈과 유쾌한 도전으로 바뀔 수 있다. 그래야 대∼한민국은 젊고 창의적이고 명민한 과학기술인들이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사회로 돌아갈 수 있다.

윤철호(원자력안전기술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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