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오종석] 시급한 외교정책 출구전략 기사의 사진

요즘 한국에선 KBS 주말드라마 ‘전우’가 인기라고 한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를 배경으로 한 주말드라마다. 초반부터 한·미 연합군이 예상치 못한 중공군의 북한군 지원으로 전세가 반전되는 상황이 방영됐다.

당시 미국은 우리의 혈맹이었고, 중국은 북한의 혈맹이었다. ‘죽(竹)의 장막’으로 불렸던 중국은 근세기 우리에게 그렇게 다가왔다. 하지만 1992년 수교 후 한·중 관계는 눈부시게 발전해왔다. 어느덧 적이었던 중국이 ‘전략적 협력동반자’가 됐다. 2003년부터는 미국을 제치고 우리의 최대 교역국이 됐다. 지난 5월 우리나라의 총 수출액은 390억9900만 달러다. 이 가운데 대중국 수출액은 무려 96억3300만 달러로 전체 수출규모의 24.6%에 이른다. 이는 대미 수출액(41억6600만 달러)의 2배를 훨씬 초과하며, 대일 수출액(22억8100만 달러)의 4배 이상이다.

한반도 상황이나 국제관계를 고려해도 중국은 매우 중요하다. 이번에 유엔 안보리에서 의장성명을 이끌어낸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서도 중국의 협력은 필수적이었다. 북한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중국을 빼놓고는 한반도의 미래를 생각할 수도 없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한·중 관계는 갈수록 후퇴하는 모습이다. 최근 천안함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더 악화됐다는 평가가 많다. 중국의 반응은 이를 반증한다. 중국은 미국과 공동보조를 맞추며 압력을 가해온 한국에 상당한 섭섭함을 표시했다. 특히 서해와 동해에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을 놓고 중국의 감정은 더 격앙됐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공개적인 반대의사를 밝혔을 정도다. 더욱이 미국 7함대 소속 항공모함인 조지 워싱턴호가 턱밑까지 다가오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 항공모함의 사정거리가 베이징까지 이르는 등 중국의 위협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중국의 반발 등을 의식한 탓인지 다행히 조지 워싱턴호가 참여하는 훈련은 동해에서 실시된다고 한다. 그렇다고 중국이 달가워할 리는 없다.

중국의 대외입장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는 환구시보는 최근 연일 1면 톱으로 한·미 연합훈련과 관련된 보도를 하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14일자에도 연합훈련이 서해와 동해에서 실시될 것이라는 사실을 1면 톱으로 보도했다. 그러면서 동해를 버젓이 ‘일본해’로 썼다. 한국언론을 그대로 인용한 뒷부분만 동해로 표기했다. 한국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 위한 다소 의도적인 표현으로 보인다.

이 신문의 지난 8일자 사평(사설) ‘누구도 황해를 교란하는 죄인이 되지 말라’는 더욱 곱씹어볼 내용이다. 사설은 “노무현 정부는 균형외교를 했는데, 이명박 정부는 이를 모두 포기해버렸다”면서 “현재 한국은 정치와 군사적 측면에서 지나치게 미국과 가깝고, 사실 한반도는 냉전의 길을 걷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한국이 서둘러 미국에 요청, 연합훈련을 한다고 발표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이어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국으로, 한국 스스로도 자신들의 경제가 중국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렇게 경솔하게 연합훈련을 실시하려는 것은 응당 중국에 대해 해야 할 태도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중국에서 30여년간 공직생활을 해온 한국의 한 전직 고위관리는 “이 사설을 그냥 넘기면 안 된다”면서 “일종의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성향에 비춰 이 정도면 무역보복 등까지 고려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우리 정부의 외교정책이 계속 일방적인 한·미동맹 강화론에 매몰되거나 미국에 치우칠 경우 그 후유증이 적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이제 어떤 것이 한국 국익에 가장 유익한 것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한 고위 외교관은 “외교는 국익을 위해서라면 교활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 늦기 전에 친미친중(親美親中), 용미용중(用美用中)을 고민해야 한다. 현 정부가 주창해온 진정한 실용 외교를 위해서라도 당장 외교정책의 출구전략에 나서야 한다.

베이징=js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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