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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박시형] 열정과 욕심 사이

[삶의 향기-박시형] 열정과 욕심 사이 기사의 사진

최근 뜻하지 않게 언론매체와 인터뷰를 자주 하게 된다. 이유인즉 잘나가는 출판사 CEO여서란다. 신문사 주최 소비자대상도 3년 연속 받았고, 각종 매체에서 선정하는 히트상품에도 여러 번 선정되었다. 게다가 국내 최대 인터넷 서점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올해 ‘가장 괄목할 성장을 한 출판사’로 뽑히기도 했단다. 모두 열심히 일해 준 직원들 덕분이다.

과분하고 행복한 일이다. 직원들의 사기도 하늘을 찌르고 내친 김에 화끈하게(?) 더 달려보자는 목소리도 드높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얼마나 좋으냐고 묻는다.

그런데 왜일까, 점점 마음 한켠이 불편해진다. 갑자기 궤도를 벗어나 폭주하는 기관차에 실린 심정이랄까. 마음의 방어기제가 파르르 깨어나 소리친다. 아, 이런! 이게 아니라니까.

그저 조용히 일에만 매진할 때는 평화롭고 행복했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플래시를 터트리고 주목을 해대니 마음의 거울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평정이 깨지고 갈등이 인다.

궤도 이탈한 열정은 탐욕

‘더 열심히 달려야 하나?’

‘아니, 그건 욕심이야.’

‘왜 욕심이지? 이건 열정이잖아.’

‘아니. 넌 냉정함을 잃었어.’

화들짝 정신이 든다. 그래 바로 이것이다, 그 미묘한 불안감의 실체가! 예전에는 없던 강박관념과 욕심이 맘속에 똬리를 틀기 시작한 것이다. ‘뭔가 보여줘야 한다!’

꿈을 향해 매진하는 삶은 아름답다. 세상에 유의미한 족적을 남기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 역시 존중받아 마땅한 일이다. 귀중한 인생을 아무렇게나 살 권리는 우리에게 없다. 자신의 인생을 방기하는 것은 지구상에 같이 살고 있는 이들에 대한 직무유기다.

허나 거기에는 조건이 있다. 스스로 궤도를 정할 수 있을 때, 스스로 속도와 강약을 조절할 수 있을 때, 다른 이의 시선이 아니라 스스로의 기준으로 자신을 평가할 수 있을 때, 오직 그럴 때만이다. 성공이라는 신기루에 눈이 멀어 자신을 통제할 수 없게 되는 순간, 그것은 열정이 아니라 탐욕으로 뒤바뀐다.

그동안 주변의 많은 이들이 그렇게 변질되어 가는 것을 얼마나 수없이 목도해왔던가. 오직 자신의 성공만을 위해 물불을 안 가리고 달려가는 탐욕스러운 삶은 다른 이들의 인생에 대한 광포한 테러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향한 자살테러다. 자신을 해치지 않고 다른 이들을 해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이코패스가 아닌 이상, 남을 짓밟고 해치는 순간 스스로의 마음에도 깊은 생채기가 난다. 그리고 정작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을 잃게 된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과 우리가 원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물건만 해도 그렇다. 생각해 보면 그닥 필요도 없는 물건들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사들이고 쌓아두고 있는가. 그런데도 우리들은 점점 더 많이 원한다. 그것이 자신을 행복하게 해줄 거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욕심은 또 다른 욕심을 낳는다.

헛된 욕망의 짐 내려놓으면

얼마 전 모 잡지사와의 인터뷰 중에 이런 질문을 받았다. “경영자로서 요즘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인가요?” “음…. 제 결정이 열정인지, 욕심인지 구분하는 거지요.”

그날 저녁 집에 돌아와 보니 인터넷으로 주문해 둔 새 원피스가 도착해 있다. 색상이며 스타일이 맘에 쏙 든다. 서둘러 새 옷으로 갈아입고 거울 앞에 섰다. 행복했다. 딱 10분 동안! 신발장을 여는 순간, 이런! 어울리는 구두가 없다. 나는 갑자기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여자가 되고 만다. 오오, 인간이란!

인생의 짐은 그다지 크지 않다. 욕망의 짐이 클 뿐이다.

박시형 쌤앤파커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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