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유병규] 한국 금융의 5대 발전 과제 기사의 사진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금융이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 기업들의 신규 사업 투자자금뿐 아니라, 가계 생활자금을 충분히 공급하기 위해서도 금융중개기능의 원활한 작동이 필요하다. 신성장동력원으로서 금융산업 자체를 육성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주어진 금융자본을 활용하여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성장률을 높이고 고용을 늘리는 데 큰 몫을 하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 발전을 위해서는, 현재 다섯 가지 측면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현안들에 대해 국내 경제 실익을 최대한 증진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투자銀· 대형銀 육성해야

첫째는 투자은행업 육성 여부다. 미국이 금융개혁법을 제정하여 투자은행에 대한 다양한 규제책을 내놓고 있지만 한국은 이 분야를 과감히 키워야 한다. 국내 금융은 지나치게 은행 중심적이다. 자금중개기능이 취약하고 산업으로서 발전하기가 어렵다. 이번 미국의 금융개혁법은 1930년대 세계 대공황 당시 제정된 ‘글래스 스티걸법’과 매우 흡사한 운명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 이 법은 경제위기의 주범으로서 금융을 강력하게 제재하는 것이었지만, 금융기법 발전 등으로 결국 규제 장벽은 허물어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미국 금융 역시 경제가 성장 국면으로 들어서면 규제에서 자유화의 길로 다시 접어들면서 투자업이 재부상할 공산이 크다. 미국 투자은행이 잠시 주춤할 때 한국은 오히려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둘째는 대형은행 문제다. 단지 자산 규모가 큰 은행이 아닌 글로벌 네트워크와 경쟁력을 지닌 거대 은행 하나 정도는 필요하다. 대규모 원전 발전설비 개발과 같은 세계적 인프라 사업 등을 수주할 때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금융기관이 있어야 세계 최대 자본력을 지닌 중국 등과 대등한 경쟁을 할 수 있다.

셋째는 산업 지원 정책금융기관의 민영화 시기이다. 국내 산업발전을 지원할 수 있는 정책금융 체제는 당분간 유지해야 한다. 한국이 성공적으로 경제개발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산업자금이 시의적절하게 공급된 덕분이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금융계에는 외국자본이 대거 유입되었다. 선진 금융 기법의 도입이라는 효과를 기대했으나, 눈에 띄는 결과는 돈이 되는 소매금융업 치중과 실익만 챙기고 돌아가는 ‘먹튀 논쟁’의 확산이었다. 금융기관의 사적 이익과 국내 산업발전이라는 국가 실익을 조화롭게 추구할 수 있는 산업 정책금융기관은 적어도 소득 3만 달러 시대까지는 존속해야 한다.

은행세 대신 자본거래세를

넷째 자본거래세 도입 문제이다. 국내 금융 시장과 산업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외국자본의 빈번한 유출입을 통제할 수 있는 규제안은 필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기 위해 1990년대에 급속히 개방된 국내 금융시장은 외환위기 이후 외국 자본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 더욱 확대되었다. 외국자본 증가가 위기 극복에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경제 여건 변화에 따라 큰 폭의 자본 유출입이 이루어짐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는 점이다. 한국과 같은 신흥국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선진국들이 도입하려는 은행세보다 자본거래세에 보다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금융의 산업 지원 기능을 활성화하는 쪽으로 금융감독 기능이 수정되어야 한다. 외환위기 이후 마련된 금융감독 기능은 금융 부실을 막는다는 취지는 좋으나 금융기관의 자율성을 해치고 금융의 산업 지원 기능을 위축시키는 측면도 존재한다. 특히 금융의 원활한 산업 지원 기능을 막고 경제의 역동성을 약화시키는 매년 연례행사처럼 진행되는 ‘재무구조개선 약정’과 같은 과도한 규제들은 이제 폐지하거나 개선 보완해야 한다. 금융과 산업 발전이 하나의 선순환 고리를 이룰 수 있는 자율적 금융 감독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관치 금융’ 논란을 불식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유병규(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