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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기 칼럼] 마녀사냥과 유령 아파트

[김성기 칼럼] 마녀사냥과 유령 아파트 기사의 사진

“시장기능이 살아나게 하려면 먼저 여유 자금이 움직일 수 있도록 물꼬를 터야”

국민 실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경제 분야에서 편 가르기식의 정책은 금물이다. 편 가르기식 정책은 빈부격차에 따른 갈등을 증폭시키고 대립각을 키워 사회 전반에 불안을 조성할 우려가 크다. 일단 갈등이 고조되면 뻔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정책 수정조차 쉽지 않다. 이해의 충돌로 인해 포퓰리즘 압력이 거세지기 때문이다. 주택 및 조세 정책에서 이런 성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부동산 시장이 요동을 칠 때 정부가 정책 선택에 따른 효과와 역작용을 면밀하게 고려하기보다 빈부의 시각차나 포퓰리즘을 자극해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인 사례가 적지 않았다. 지난 참여정부 시절 이해찬 총리를 비롯한 고위 공직자들이 나서 다주택 보유자를 범죄자 취급하듯 공격했다. “종부세(종합부동산세) 내기 힘들면 떠나라”는 막말과 함께 세금 폭탄을 퍼부었다. 여기에다 소득을 따져 대출 한도를 설정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도입, 금융규제도 강화했다. 외환위기 직후 김대중 정부가 극도로 침체된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미분양 주택 매입에 양도소득세를 포함한 거래세 감면 등 세제지원을 시행하고 주택임대사업을 권장한 것과는 정반대의 조치였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종부세 등 과도한 세금부담을 다소 완화하면서 공공부문에서 대규모 주택을 공급하는 ‘보금자리주택’사업을 벌였다. 종부세 완화가 ‘부자 감세’라는 비난으로 돌아올 것을 우려해 친서민 대책으로 보금자리주택을 확대했다. 하지만 참여정부 때 전쟁을 벌이듯 무차별로 도입된 각종 부동산 규제에 세금폭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 현 정부의 공공부문 역할 확대가 겹치면서 부동산 시장은 초토화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 금리인상까지 더해 이자는 느는데 거래가 얼어붙어 분양을 받아놓고 살던 집이 팔리지 않아 입주를 못하는 세대가 4만 가구에 이른다고 한다. 잔금을 내지 못해 입주를 포기한 ‘유령 아파트’가 늘면서 시행사와 시공사가 줄줄이 부도 위기에 몰리고 이들의 돈줄인 프로젝트 파이낸싱(PF)까지 부실에 빠져 은행권을 압박하고 있다. 마녀사냥식 집중 공세가 부른 대란이다.

토지 확보와 입지 등 공급에 제약이 적지 않은 주택 상품을 일반 공산품과 마찬가지로 시장기능에만 맡길 수는 없다. 그래서 시장이 과열되면 일시적 충격 조치가 필요하고 반대의 경우 부양책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정부가 권위를 앞세우거나 독선에 빠져 시장을 적대시하는 정책은 없어야 한다.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효과를 감안하지 않은 채 조급하게 대책을 쏟아내는 것도 금물이다. 시장의 큰 흐름을 고려해 긴 안목에서 시장 친화적 대책을 추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주택시장은 부자들만을 위한 놀이터가 아니라 주택공급을 원활하게 만들어 국민의 내집마련을 돕고 주거환경을 개선해주는 곳이다. 경제 정책은 당위가 아닌 선택의 문제다. 규제가 늘 옳거나 틀린 것이 아니라 시장 형편에 따라 득실을 따져 강화할 수도, 풀어줄 수도 있다. 주택시장이 대란에 직면한 현재 여건에선 과도한 세금을 낮추고 규제를 풀어 거래 기능의 숨통부터 터주는 게 급선무다.

시장을 움직이게 하려면 마중물이 있어야 한다. 마땅한 투자 대상을 찾지 못해 단기 금융상품에 몰려 있는 부동자금이 미분양 아파트 쪽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세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취득세와 등록세, 양도세 등을 완화해 여유 자금의 물꼬를 터주어야 시장이 살아난다. 여유자금이 먼저 움직여야 안 팔리던 집이 나가고 깜깜한 아파트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DTI 등 대출 규제는 금융 건전성 강화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나 가급적 금융권 자율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

주택시장이 장기 불황에 빠질 경우 그 충격은 경제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파장은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더 심각하게 나타난다. 주거비 부담이 준다고 무작정 좋아할 일은 결코 아니다. 지금 흐름은 집값 상승이 아니라 급락의 충격을 걱정해야 할 때다.

김성기 편집인 kimsong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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