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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발견] 접시꽃 당신, 화사한 넋이 되어

[계절의 발견] 접시꽃 당신, 화사한 넋이 되어 기사의 사진

1986년 ‘접시꽃 당신’이라는 시집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순식간에, 벼락처럼. 같은 이름의 시 한 편 때문이었다. “옥수수 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집니다…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운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겠습니다.”

신혼 초에 아내를 저세상에 보낸 남편의 노래였다. 시인은 현직교사 도종환. 전교조 활동을 하며 옥살이까지 한 투사지만 이 시집에 담긴 사랑은 이념보다 선명했다. 이어지는 ‘옥수수 밭 옆에 당신을 묻고’도 사람을 어지간히 울렸다. “살아생전 당신께 옷 한 벌 못해주고/ 당신 죽어 처음으로 베옷 한 벌 해 입혔네.’

접시꽃의 계절이다. 둥글고 넓은 모양이 접시를 닮았다. 길섶이나 화단, 담벼락에 피어올라 흰색 노란색 붉은색 자주색 자태가 곱다. 한방에선 흰 접시꽃 뿌리를 장닭과 삶아 백숙으로 먹으면 불임여성에게 좋다고 하는데, 이즈음 이 화사한 꽃을 보면 일찍 여읜 시인의 아내의 슬픈 넋을 보는 듯하다. 시는 정말 힘이 세다.

손수호 논설위원 shsh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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