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4강 언제가보지? 한 번 가고싶은데…”

입단 동기생이자 절친한 친구인 황재균의 트레이드 발표가 난 다음날인 21일 넥센 강정호가 자신의 미니홈피에 남긴 말이다. 2000년대 초반 프로야구계를 호령했던 현대의 모습은 간데가 없었다. 팀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만이 마음 속에 남았다. 그도 그럴 것이 황재균을 대신해서 온 김민성의 주 포지션이 자신과 같은 자리인 유격수다. 강정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솔직히 4강 경쟁을 하고 싶지만 팀은 꼴찌다. 주축멤버들은 계속 빠져나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넥센의 선수 팔기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이러다가 큰 흥행을 보이며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프로야구에 찬 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넥센은 지난해 시즌이 끝나고 채 1년이 안돼 팀 내 주축선수 5명을 내보냈다. 이같은 대대적인 선수 팔기는 1990년대 후반 재정 위기를 겪던 쌍방울이 유일하다. 90년대 후반은 쌍방울의 급격한 전력 약화 등으로 프로야구가 암울한 시기를 걷던 때다.

넥센도 쌍방울의 전철을 밟고 있다. 특히 황재균의 경우 ‘황재균, 강정호, 강윤구는 절대 트레이드 불가’라고 구단측이 수차례 공언했지만 이 말은 채 반년도 안돼 거짓말이 됐다. 이제 간판스타나 유망주 등 누구든지 트레이드 시장에 나올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다. 이런 상황에 일부 팬들은 무관중 운동을 펼치거나 트레이드에 항의하는 플래카드를 걸기로 하는 등 실력행사에 나설 조짐이다.

KBO는 넥센이 트레이드 발표를 한 지 사흘만인 22일 황재균 트레이드를 승인했다. KBO는 “넥센으로부터 올시즌 종료 때까지 선수 간이나 선수 대 현금 등 더이상의 트레이드를 하지 않겠다는 공식 문서를 접수하고 트레이드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또다시 구단에 끌려다녔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한편 황재균을 영입한 롯데는 이날 한화를 9대 1로 대파하며 4연패에서 벗어났다. 잠실에서는 두산이 LG에 5대 1로 이겨 3연전을 싹쓸이했다. 넥센은 선두 SK에 3대 1로 승리하며 탈꼴찌에 성공했다. 삼성은 KIA를 10대 5로 물리치며 전날의 패배를 설욕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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