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포럼-임성준] 한·미 양국 軍 수뇌 해임 사건 기사의 사진

최근 한·미 양국에서 경우는 다르지만 대장급 군 지휘관이 해임되는 사건이 있었다. 지난 6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오바마 행정부의 아프간 전쟁 전략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아프간 주둔군 사령관인 스탠리 매크리스털 대장을 해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사령관은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인 문민통제를 훼손했다”고 해임 사유를 밝혔다. 현재 미국 내에서 밑 빠진 독 격인 아프간 전쟁에 대한 미군 증파와 철군 시기를 둘러싸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시 사령관을 교체한 것은 이유야 어떻든 매우 이례적인 사건임에 틀림없다.

미국엔 문민우위 전통 확고

미 언론들은 이 사건을 60년 전 한국전쟁 당시 트루먼 대통령의 제한전쟁 지침에 반기를 들었던 맥아더 장군의 전격 해임에 비유하며 정치쟁점화하는 듯했으나 매크리스털 사령관의 품격에 벗어난 언동으로 인해 여론이 등을 돌리면서 이 사건은 조기에 종결되고 말았다.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달 천안함 사건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따라 우리 군의 최고 선임자인 이상의 대장이 자원 전역이라는 형식을 취했으나 사실상 해임되는 이례적인 일이 있었다. 그는 전역의 변(辯)을 통해 군을 폄하하는 내용의 감사 결과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보도됐다.

문민통제란 국가 통치에 있어 민간인이 군인을 포함한 최고의 지휘권을 행사한다는 정치 용어다. 즉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가 군사에 우선하는 것, 군사력에 대한 민주주의적 통제를 의미한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일이지만 수십 년 전 박정희 대통령 집권 시절 대학에서 국제정치학을 공부하면서 과제물로 문민통제에 관해 리포트를 작성했을 때만 해도 이 원칙은 우리나라 현실과는 거리가 먼 상황으로만 여겨졌었다. 리포트에는 한국전 당시 연합군 사령관이었던 맥아더 장군과 트루먼 대통령 간에 벌어졌던 정치 군사적 갈등에 관해 나름대로 조사한 내용을 담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으로 전세를 역전시킨 맥아더 장군은 트루먼 대통령에게 한국전쟁을 조기에 매듭짓고 미군을 유럽으로 배치해 소련의 위협에 대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해 10월부터 중공군의 참전이 개시돼 연합군이 재차 위협받게 되자 맥아더 장군은 만주 폭격과 경우에 따라선 핵무기 사용까지 고려하며 북·중 연합군의 완전한 섬멸을 위한 전략을 추진했다. 이렇게 될 경우 전쟁의 장기화와 새로운 세계대전으로 확대될 것을 우려한 트루먼 대통령은 애치슨 국무장관 등과 함께 맥아더 사령관 해임을 단행하게 되고 이 문제는 미 의회에서 뜨거운 논쟁으로 비화되었다. 맥아더 장군의 명령 불복종을 이유로 한 해임에 반대하던 브래들리 합참의장은 명령 불복종이라는 해임 사유를 빼는 조건으로 해임명령서에 서명함으로써 이 사건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 사건이 주는 교훈과 의미는 매우 크다. 당시 최고 전쟁 영웅이었던 맥아더 장군의 전략이 아무리 옳았다 하더라도 국민이 선출한 민간인 대통령의 정치적 결정에 복종하는 것이 미국의 헌법과 민주주의 정신에 합치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미국 정치에서는 문민우위의 전통이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다.

군에 대한 배려와 신뢰 필요

반면에 우리나라의 문민통제 역사는 최근의 일에 불과하다. 그 이전 군인 출신 대통령에서 처음으로 민간인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문민정부를 수립하고, 그뿐 아니라 하나회라는 우리 군의 사조직을 획기적으로 제거한 김영삼 대통령의 결단력에 따라 이제는 우리 정치에서도 이러한 문민우위 원칙이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이제 우리 국민들은 나라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각오로 나선 우리 군대에게 더 따뜻한 배려와 깊은 신뢰를 보냄으로써 우리 군이 더욱 사기충천하여 국방 임무에 매진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임성준(한국외대 석좌교수전 청와대외교안보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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