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김명호] 돌고 또 돌아서 기사의 사진

미국 워싱턴DC 21일 오후 1시46분. 국무부 브리핑실 단상에 선 필립 크롤리 공보담당 차관보는 “굿 애프터눈!”이라는 첫마디와 함께 바로 북한 이슈로 들어갔다. 모두 발언 10분 정도가 대부분 서울에서 가진 양국 외교·국방장관(2+2) 회담 결과 등 북한 문제였다. 미·영 정상회담 등은 가볍게 언급하고 지나갔다.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문 답변에도 그가 먼저 북한 관련 질문을 받겠다고 했다. 브리핑 시작부터 30분 가까이 북한 이슈만 다뤄졌다. 상당히 이례적이었다.

요지는 “한·미 동맹이 굳건하고, 북한은 불법·도발 행위를 중단해야 하며, 2주 안에 새로운 제재 조치가 나올 것이고, 북한이 국제사회 의무사항을 준수하면 제재는 소멸될 것”이라는 것이다. 한 외신 기자가 ‘북한에 새로운 제재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언급한 전날(20일) 크롤리 차관보의 브리핑 내용을 꼬집어 “갑자기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고 집요하게 물어보면서 그의 답변 내용이 좀 꼬이는 듯했다. 하지만 굳건한 한·미 동맹이나 추가 대북제재 조치 같은 표현이 전반적인 분위기를 나타내주는 단어들이었다. 브리핑에서 느껴지듯 한·미 동맹은 지금 최상급이다.

이런 언급과 표현들은 사실 지난해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 채택 과정 당시 국무부 브리핑 내용과 거의 같다. 크롤리 차관보의 표현은 ‘돌고 또 돌아서’ 결국 다시 그 자리에 와있는 것이다. 북한 상황이 ‘말의 성찬(盛饌)’ 뒤 다시 그 자리에 왔다고 보면 된다. 천안함 폭침에 이어 국제조사단의 조사결과 발표,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 2+2회담과 대규모 연합훈련 등 굳은 한·미 동맹 속에서 치러진 일련의 과정은 천안함 사태의 1막이다. 1막은 일종의 예고편이다. 앞으로 미국의 구체적인 대북제재 조치와 북한의 반발 강도, 중국의 대미 견제 전략 등이 어우러져 펼쳐질 2막은 다양한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그래서 예측이 쉽지 않다.

이쯤에서 1막의 결산과 2막의 시나리오를 다시 짜봐야 한다. 1막에서 한·미 동맹의 견고함을 확인한 건 상당한 성과다. 안보 불안 해소 및 대북 억지력 제고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안함 침몰과 이후 과정에서 보여준 군의 대응은 국민들을 너무나도 실망시켰다. 군의 개혁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2+2회담과 대규모 연합훈련 등 한·미의 대대적 대북 경고는 사실 ‘별로 영양가 없는’ 유엔 안보리의 조치(의장성명)에 대한 보상적 성격이 짙다. 안보리 의장성명은 우리 외교력의 한계, 냉엄한 국제현실의 반영이었다. 한·미 동맹에 대한 미국의 최상급 대우는 일종의 ‘달래기’ 성격이 담겨 있다. 한·미 동맹의 일치된 대응만이 너무 강조된 나머지 북한 관리나 중국 변수 등에서 불가피하게 잃은 부분이 있다.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닥칠 부담은 만만치 않을 수도 있다.

2막의 예산은 그래서 잘 짜야 한다. 우선 미국은 북한 옥죄기에 나서면서도, 중국의 반발과 비핵화 진전에 따라 강약을 조절할 게 분명하다. 한국과 미국이 동일 국가가 아니어서 국가 핵심이익 모두에서 일치할 순 없다. 한반도 상황의 변화가 있게 되면, 양국 간 미묘한 시각차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세계 군사전략에 따라 미·중이 한반도 주변에서 벌이는 해군력 긴장상태는 우리 의지와 무관하게 진행될 수도 있다.

2막에서 한국은 북핵 문제 또는 한반도 상황의 당사국으로서 레버지리 확보에 가장 주안점을 둬야 한다. 사실 1막에서 우리 외교안보팀은 절반 실패했다. 이제 한반도 상황은 단순한 천안함 사태가 아니다. 한반도는 중국의 미국 견제, 동북아 안보구도, 북한 후계구도 등이 맞물려 미·중의 핵심 안보이익이 부딪히는 전쟁터가 돼 가고 있다. 우리 외교안보 전략가들이 보다 넓고 유연하고 장기적인 예상과 분석을 해야 할 때다. 따라서 현 외교·국방·통일팀으로 2막을 잘 이끌어갈 수 있는지를 심각히 고민해 봐야 한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l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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