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故 백화종칼럼

[백화종 칼럼] 대통령의 형 된 게 죄인가

[백화종 칼럼] 대통령의 형 된 게 죄인가 기사의 사진

“좋은 학교 나오시고 크게 성공하신 분들이 별 볼 일 없는 사람 앞에 가서 머리 조아리고 돈 주고 그런 일 없었으면 좋겠다.” 남상국 당시 대우건설 사장이 연임하기 위해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형 건평씨에게 돈 준 혐의에 대해 수사 중이던 2004년 3월 노 전 대통령이 한 말이다. 남씨는 직후 한강에 투신했다.

최고 권력자의 친인척이라는 위치가 그렇다. 설령 별 볼 일 없을지라도 그들 곁엔 이런저런 부류의 군상들이 꼬이기 마련이다.

총리실 민간인 사찰 파문 등의 와중에 가장 당황스러운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이 아닐까 싶다. 사찰의 주축으로 이 대통령의 연고지인 영일과 포항 인맥을 일컫는 영포라인이 공격받고, 이 의원이 그의 보좌관이었던 박영준 총리실 국무차장과 함께 그 배후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만 생기면 물고 들어가니

이 같은 주장은 야당뿐 아니라 여당 내 친이 주류에서까지 나오고 있어 이 의원을 더욱 난처하게 만든다. 부인이 총리실의 사찰을 받은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은 자신이 18대 총선 때 이 의원의 불출마를 요구한 게 사찰의 배경으로 국민들이 의심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수사도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남 의원과 함께 이 의원의 불출마를 요구했던 정두언, 정태근 의원 등도 사찰을 받았다고 한다.

이의원은 작년 6월 “대통령의 친인척으로서··· 앞으로 당과 정치 현안에 관여하지 않고··· 자원외교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며 정치 일선 후퇴를 선언했었다. 그는 최근 공격의 칼날이 자신을 향하자 “(정치 않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왔다”며 “나를 배후로 지목한 사람들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항변했다.

국외자인 기자는 ‘이 의원 배후설’의 진실을 알지 못한다. 이 의원은 관계가 없는데도 권력에서 멀어진 정두언 의원 등이 이 의원과 박 차장을 거세하기 위해 일을 꾸미고, 이를 야당이 증폭시킨다는 역공도 있다. 정치판에서 항용 그래왔듯이 권력 투쟁과 정략적 차원에서 의혹을 조작하거나 침소봉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이 의원의 의사와는 달리 주변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 의원을 파는 호가호위(狐假虎威)를 할 수도 있고, 이 의원을 위한답시고 과잉 충성하는 일도 있을 수 있다.

조선조 성종 때부터는 왕의 4대손까지의 종친들이 출사, 즉 조정에서 벼슬하는 것을 금했다. 종친이 정치를 할 경우 왕의 눈을 가리거나 그를 중심으로 붕당이 생기는 등의 폐단이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을 터이다.

나무는 조용히 있고자 하나

이 의원의 정계 은퇴 요구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으나 지금은 왕조 시대가 아니다. 대통령의 형이라 하여 참정권을 제한받아서는 안 된다. 이 의원은 자신의 말대로 오랜 CEO와 정치인으로서의 경륜을 살려 자원외교 등으로 동생인 이 대통령을 도울 수도 있다. 국회의원이란 국민이 뽑아줬기 때문에 함부로 팽개칠 수 있는 자리도 아니다. 또 은퇴 요구를 수용할 경우, 반대파의 정치 공세에 굴복하는 모양새가 되고 배후임을 시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다만 걱정스러운 것은 정쟁, 특히 여권 내 권력다툼이 있을 때마다 그가 죄가 있든 없든 일단 제단에 오르는 희생양의 꼴이 된다는 사실이다. 그럴 경우 그 자신의 억울함도 억울함이지만 자칫 이 대통령의 리더십에도 누를 끼칠 수 있다. 정치권에 남아 이런저런 형태로 힘을 보태는 게 동생인 대통령에게 더 도움이 될지, 만사형통(萬事兄通)이니 영일대군이니 하는 등의 온갖 구설을 피하는 게 대통령에게 더 도움이 될지 판단이 쉽지 않은 문제다. 또 전적으로 본인이 판단할 문제이지 제3자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나무가 조용히 있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는다(樹欲靜而風不止). 이는 원래 자식이 부모를 봉양코자 하나 부모가 기다려 주지 않는다(子欲養而親不待)는 말과 대구(對句)를 이루어 부모님 살아계실 때 효도하라는 선현의 가르침이다. 하지만 대통령 친인척들처럼 힘 있는 이들이 자신의 몸가짐은 물론 주변 관리와 관련하여 경구로 삼아도 좋을 것 같다.

백화종 부사장 wjbaek@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