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포럼-홍덕률] 선거 이후의 지혜 기사의 사진

한여름을 더 뜨겁게 달궜던 7·28 재·보선도 끝났다. 6·2 지방선거와 교육감선거로 시작된 선거와 정치의 소용돌이가 두 달 넘게 끌다가 이제야 일단락된 셈이다. 대통령 임기 중반에 치러진 큰 선거들이어서 여도 야도 총력을 쏟았고 국민의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컸다. 후보들과 여·야 정당은 물론 국민들까지 모두 고단한 선거였다.

이제는 여도 야도 정부도 국민도 선거로부터 최대한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산적한 국가 과제들을 풀어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도 결집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큰 비용을 들여 치른 선거의 의미요 선거 뒤에 우리 모두가 함께 발휘해야 하는 지혜 중의 지혜이다.

첫째, 선거를 통해 확인된 민심을 여야 정치권과 정부는 굴절 없이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기존 정책과는 다르게 확인된 민심이라 하더라도 소중하게 받들어야 한다. 외면하거나 거부할수록 그 정치인과 정당은 쇠락의 길을 면할 수 없게 될 것이고, 우리 모두는 선거 뒤의 소모적인 논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될 것이다. 확인된 민심을 기준으로 자신을 수정하고 정비하는 것이야말로 여든 야든 다음 선거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다.

민심에서 교훈 얻어야

둘째, 특히 국민과 소통하지 않고 오만하거나 안주하는 정당과 정치인은 국민들로부터 준엄하게 심판받는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밀어붙이는 권력, 부단히 거듭나지 않고 안주하는 낡은 정당, 유권자를 얕보는 정치인은 여든 야든 용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야말로 최근의 선거들이 보여준 가장 중요한 메시지였다. 늘 낮은 자세에서 국민을 위해 부지런히 혁신하는 정치권이어야 한다.

셋째, 이제는 여와 야가 따로 있을 수 없는 시급한 국가 과제들에 국민의 힘과 지혜를 모아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우리 자녀들이 안전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하는 일, 양극화를 좁히고 서민경제를 세우는 일, 일자리를 만들고 청년실업을 줄이는 일, 부당한 사찰을 추방하고 민주주의를 키워가는 일, 부패를 쫓아내는 일, 신성장동력을 키우고 나라의 경쟁력을 높여가는 일 등에 국민이 힘을 합해 나가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일에는 여와 야가 그리고 모든 정파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마땅하다.

넷째, 선거를 치르면서 확인된 선거제도의 문제들을 새롭게 손질하는 일에도 여와 야가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과연 기초자치단체의 장과 의원들의 정당공천제가 필요한 건지, 교육감선거와 지방선거를 함께 치르는 것이 맞는지, 당파적 이해관계를 넘어 진지하게 검토하고 여론을 수렴해 보다 진화된 선거제도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특히 교육의원 선거 등에서 번호 뽑기로 당락이 결정되는 웃지 못 할 사태도 해소해 가야 할 것이다. 다음 선거 때까지 미뤄두기보다 미리 준비해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국민 모두의 힘을 모을 때

다섯째, 선거 후유증을 치유하고 극복해 내는 일이다. 어느 선거나 후유증은 있게 마련이지만, 얼마나 슬기롭게 극복하느냐는 지역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지역마다 전임자와 새로 뽑힌 후임자 사이에, 그리고 각각 다른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들 사이에 선거 때 불거진 각종 상처와 격한 감정들을 털고, 지역과 국가발전을 위해 힘을 모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옳다.

비록 선거가 축제까지는 못 되었다 하더라도 선거 뒤만큼은 깔끔해야 한다. 당선자와 낙선자가, 각 후보 캠프 운동원들 사이에 화해하고 힘을 합해가는 노력을 보여야 하는 것이다. 그 위에서 국민 모두도 선거의 소용돌이 국면으로부터 돌아와 차분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선거 뒤의 지혜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홍덕률(대구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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