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오종석] 중국通 제대로 양성하라 기사의 사진

주중(駐中)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하는 주재관 A씨는 2주일에 한 번꼴로 한국에서 온 손님을 맞이한다. 공기업 베이징 사무소의 대표인 B씨도 한 달에 한두 번은 관련부처나 해당 공기업 임원 등을 영접한다. 이들은 손님맞이를 위해 호텔을 예약하고, 중국 관련 인사와의 면담을 주선하느라 며칠간 진땀을 뺀다. 손님이 도착할 때는 차량을 준비해 공항으로 마중 나간다. 낮엔 일정에 따라 손님을 안내하고 밤에는 식사와 술자리에 참석한다. A씨는 “베이징에 일하러 왔는지 손님 맞으러 왔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중국이 급성장하면서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들의 중국 방문이 수시로 이뤄진다. 지리적으로 가까워 휴가차 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들 대부분은 중국에 파견 나온 주재관 등이 영접한다. 자칫 영접을 소홀히 했다간 서울로 복귀했을 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인식 때문에 영접에 나선 사람들은 무척 신경을 쓴다.

경제적으로나 정치·외교적으로 중국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져 주중 한국대사관은 해외 공관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이 됐다. 하지만 인원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형편이다. 베이징 주중 대사관에는 70여명이 근무한다. 외교부 직원을 제외하고 부처별로 1, 2명이 나와 있다. 준공무원인 공기업 등 산하기관 유관사무소도 30여개, 인원은 70여명에 이른다.

한국은행과 코트라(KOTRA) 등 비교적 큰 기관을 빼고는 대부분 대표 1명만 나와 있다. 대외비라서 구체적인 숫자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주중 일본대사관 직원은 90여명, 주중 미국대사관 직원은 1000명 가까이 된다고 한다. 일본이나 미국의 정부 산하기관 유관사무소나 직원도 한국의 몇 배에 이른다.

주중 한국대사관과 공기업 산하기관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인원에 많은 손님 접대까지 해야 하는 형편이다. 그래서 정작 중요한 대중(對中) 업무나 중국에서의 미래플랜 같은 연구 등에는 소홀하다. 당장 중요한 문제가 발생해도 대응능력이 떨어진다. 올 들어 급증하고 있는 노동자파업, 중국과 대만 간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체결 등 굵직굵직한 사안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최근 중국 다롄(大連)에서 대규모 송유관 폭발사고가 발생해 우리 서해안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한국 무역업체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데도 상황파악이 곧바로 되지 못했다. 그나마 코트라와 한국은행 등의 역할만 눈에 띌 정도다.

한국에 있는 부처나 공기업 등에서 중국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돼 있지 않은 것도 문제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중국에 파견되는 주재관들을 홀대한다. 중국을 아직도 잠깐 쉬었다 가는 곳으로 여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본국의 부처나 공기업 등에 중국 상황이나 미래예측을 정확히 하고 대응할 수 있는 ‘중국통(通)’이 없는 것도 문제다.

실제로 중국에서 제대로 된 보고서를 올려도 본국에서 충분히 소화하는 사람이 없어 폐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중국에서 근무하는 사람도 별로 흥이 나지 않는다.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중국에서 근무하기를 원하는 사람도 많지 않은 형편이다. 그래서 잠깐 쉬었다 갈 사람이나 곧 퇴직할 사람이 파견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청와대나 외교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직도 미국통, 일본통이 핵심 요직을 차지하고 있고 소위 중국통은 힘을 펴지 못한다. 미국 백악관이 갈수록 국무부를 비롯한 핵심 부처에 중국통을 전진 배치하는 것과는 판이하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지난 27일 상하이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중국의 부상은 위협이 아니라 기회”라며 “중국을 더 많이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잠깐 쉬었다 가는 곳이 돼선 안 된다. 미래를 생각한다면 중국에 유능한 인재를 보내 중국통으로 키워야 한다. 또 이들 중국통이 핵심 요직에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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