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최공필] 글로벌 기준과 시스템 위험 기사의 사진

최근 발표된 국제결제은행(BIS)의 은행감독 기준은 개정 논의 초기의 기준이 현실적인 차원에서 조정된 모습이다. 현 위기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은행 시스템의 운영 관련 기준은 자체적 적합성에도 불구하고 실제 적용 시의 파장이 우려되었다. 그나마 민간 신용 흐름이 정상화되지 못한 상태에서 현실론이 반영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우리는 현 상황에서 파악된 시스템 위험의 상당 부분이 글로벌 체제에 당장 편입되기 어려운 부분들에 일률적인 글로벌 기준을 적용해서 초래되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능력이나 기초 여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글로벌 기준 적용은 실제 경제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더 나아가서는 금융 안정을 지켜내는 데 점차 어려워지는 여건을 고착화시키고 있다. 이는 금융 안정의 삼각 축인 자본 토대, 감독 규제 및 시장 규율이 시장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는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자본 적정성을 위주로 감독이 이뤄질 경우 피상적인 안정은 기대할 수 있지만 정작 대내외 충격이 현실화될 경우 충격 흡수 능력은 예상과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쏠림 현상과 시스템 과부하로 시장 작동이 경색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물론 국제 기준의 적용 자체가 선진화된 금융 시스템의 필수요건으로 인식되지만 영업기반 자체가 글로벌 체제에 직접 편입되기 어려운 취약 부문과 연결돼 있음을 고려하면 일률적 기준 적용에 앞서 상당한 검토와 준비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

금융에 있어 글로벌 기준은 규제 차익을 줄이고 공정한 경쟁 토대를 제공하는 효과와 더불어 심각한 폐해도 안겨준다. 대표적인 예로 위험자산에 비례해 강화돼야 하는 자본 토대의 경우 강화된 기준 적용은 은행 중개 기능의 위축을 초래하게 된다. 특히 부동산 가격 하락 위험에 직면한 우리의 경우 새로운 기준 적용으로 더 큰 부담에 직면하기 쉽다.

사실 신용 위험에 대한 이론적 토대에서 출발한 현 자본 기준은 은행 신용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부문의 위험과 밀접한 상호 연관을 가지므로 금융 안정의 기준 하에서 신중한 적용이 필수적이다. 안정 노력이 불안정을 초래할 수도 있고 안정 자체가 이후의 더 큰 불안정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수출 의존적 역내경제의 특성상 환율 안정 대가로 얻어낸 성장의 결실은 위험이 커지고 있는 기축통화국 국채 보유로 이어지기 쉬우며 이는 정작 신용이 필요한 분야에 대한 신용공급이 위축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펀딩 시장에서의 열세를 극복하면서 중개 기능을 유지하고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려면 우리나라 은행들은 열악한 경쟁 여건에 그대로 노출되는 셈이다.

시장 여건이 열악한 신흥 시장에서의 글로벌 금융 기준 적용은 시스템 위험을 키우기 쉽다. 현재 우리로서는 본격 구조조정에 대비하기 위한 자본 토대는 물론 후유증에 대비하기 위한 재정 여력 확보 등 다방면의 준비가 절실하다. 대외 의존적인 성장 전략을 구사하는 비기축통화국으로서 해외 유동성 확보와 부동산 위주의 포트폴리오 관리 부담은 여전하다.

이러한 기초 여건의 열세를 무시하고 글로벌 기준 적용만을 강조할 경우 한국을 포함한 신흥 시장의 조정 부담은 자체적 시스템 위험의 확산을 통해 글로벌 금융 안정을 위협할 것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신흥 시장에 필요한 시장 여건을 구비하는 데 도움이 되는 차원에서의 금융 관련 글로벌 기준 작업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어려운 상황에서 무리한 기준에 얽매여 스스로의 안정을 해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G20 의장국으로서 선진국 입장에서 합의 가능한 기본 원칙을 확인하기보다는 발전을 갈망하는 신흥 시장의 입장이 선의의 차원에서 글로벌 기준 작업에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 세계화된 환경에서 시스템 위험 관리를 위한 진정한 공정 경쟁의 틀(level playing field)을 정당하게 주장해야 한다. 이제야말로 성장일변도의 외형적 결실로 스스로를 속박하지 말고 균형 잡힌 내실 성장을 통해 모두가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나가야 할 때다.

최공필(금융연구원상임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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