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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종칼럼] 민주당은 여권 분열의 꿈을 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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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여 전,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 측근과 차 한 잔 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그해 겨울에 있을 17대 대선에서 자기네가 재집권한다고 단언했다. 한나라당의 이명박과 박근혜가 갈라설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때만 해도 당시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의 재집권은 물 건너갔다는 게 정설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때로부터 5년 전에 기자에게,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였던 ‘노무현 대통령’의 등장을 손가락에 장을 지진다며 장담했었다. 그의 말을 흘려들을 수만도 없었다.

복잡해진 여권의 대권구도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와신상담 끝에 7·28 은평을 재선거로 여의도에 귀환했다. 국회의원 선거로서 은평을 재선거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경우도 드물 것이다. 현 정권 2인자인 이 의원이 여의도에 귀환하게 되면 여권의 주류인 이명박대통령계와 비주류인 박근혜전대표계 간의 역학관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바로 여권의 차기 대권 구도와 직결돼 있는 사안으로 국민적 관심사로 부족함이 없었다.

세종시 등 큰 국정현안에서마다 이 대통령에 맞서면서 독자적으로 대권가도를 닦아가고 있는 박 전 대표로서는 이명박계 2인자의 귀환이 반가울 리 없다. 특히 이 의원은 박정희 대통령 때 민주화운동으로 고초를 겪었고 이명박과 박근혜가 겨룬 지난번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이명박 진영의 선봉장이었다. 대선이 끝난 후에 치러진 총선에서는 공천을 둘러싸고 대립하면서 박 전 대표 지지자들이 이 의원 낙선운동을 벌이는 등 두 사람은 오랫동안 대척점에 서 왔었다.

이같이 박 전 대표와 악연인 이 의원의 귀환으로 여권은 차기 대권을 놓고 상당 기간 긴장 상태에 빠져들 것이다. 이 의원은 현재 가장 높이 있는 박 전 대표의 대권 고지가 난공불락인지, 박 전 대표의 대안은 없는지 탐색할 것이다. 그 대안의 하나로 자신을 상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박 전 대표와 샅바싸움을 하다가 이러한 것들이 여의치 않다고 판단될 경우 어쩌면 내각제 등으로의 개헌 가능성까지도 검토할지 모른다. 물론 박 전 대표라고 손 놓고 있을 리 없다. 대권 고지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지금의 유리한 고지를 십분 활용하여 당내 세력 확장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줄 세우기가 동원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또 아직까지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일반인의 지지를 무기로 이 대통령 쪽을 압박할 것이다. 야당과 손잡을 때 국정 운영에 제동을 걸 수 있을 만큼의 원내 세력을 가지고 있는 박 전 대표의 압박이 지금까지 그래왔듯 이 대통령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보수 세력이 분열 막을 것

이처럼 더 고조될 긴장 끝에 한나라당이 결국 갈라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래서 이 의원의 당선이 민주당의 재집권을 도울 것이라는 분석마저 나온다. 실제로 민주화투쟁을 같이 한 김영삼과 김대중이 갈라섬으로써 민주세력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여건을 살리지 못하고 집권에 실패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기자의 생각은 다르다. 이 의원이 “나로 인해 당에 갈등이 생기는 일은 없을 것” “민주당의 장단에 춤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서가 아니다. 정치 현실이 한나라당의 분열을 용납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기자도 이 난에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차라리 한집 살림을 청산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쓴 적이 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봐 그런 건 아니었다. 물론 앞으로 한나라당은 분당 직전까지 가거나, 실제로 쪼개질 수도 있다. 그러나 쪼개지면 둘 중 하나는 정치 생명을 잃게 돼 명실상부한 분당은 어렵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한나라당이 둘로 나뉘어 정권 경쟁을 하는 걸 보수 세력이 결코 허용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정치인들이란 세가 강한 쪽으로 쏠리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분열이 아닌 보수대연합의 가능성마저 대두되는 것이다. 곧 있을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회동은 이처럼 복잡한 한나라당의 앞날을 전망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민주당은 여권의 분열이라는 반사이익으로 재집권할 걸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백화종부사장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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