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 옛 그림] (31) 매미가 시끄럽다고? 기사의 사진

입추 뒤에 말복이 버티고 섰다. 가을 초입에 질긴 여름이 도사리고 있으니 계절의 지혜는 선들바람 먼저 맞으려는 윤똑똑이를 나무란다. 처서가 오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 하지만 여름 매미는 입추가 돼도 여전히 운다.

외가닥 소나무 가지에 앉은 매미 한 마리. 푸르른 솔잎은 싱싱하고 길차다. 매미는 더듬이질도 멈춘 채 소나무에 들러붙었다. 날개는 얼마나 투명한가. 앞뒤 날개, 속과 겉이 유리알처럼 끼끗하다. 눈 밝은 겸재 정선의 붓질이 놀랍다. 매미는 식물의 수액을 먹고 자란다. 옛 문인은 그런 매미에게서 다섯 가지 덕을 찾아냈다.

첫째가 문(文)이다. 머리에 갓끈이 달려 문자속이 보인다. 둘째가 청(淸)이다. 이슬을 마시니 맑다. 셋째가 염(廉)이다. 곡식을 축내지 않아 염치가 있다. 넷째가 검(儉)이다. 살 집을 안 지어 검소하다. 다섯째가 신(信)이다. 철에 맞춰 오가니 믿음이 있다. 그뿐만 아니다. ‘순자’를 보면 ‘군자의 배움은 매미가 허물 벗듯 눈에 띄게 바뀐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미물인 매미도 군신의 도리를 다 안다.

매미의 날개는 관모(冠帽)에도 붙어 있다. 펼친 날개 모양이 신하의 오사모이고 나는 날개 모양이 임금의 익선관이다. 모름지기 매미의 오덕을 기억하라는 가르침이다. 다 큰 매미의 한살이는 짧다. 한 달을 못 넘긴다. 하지만 땅속에서 몇 차례 탈바꿈하는 애벌레 시절은 길다. 짧은 출세를 위해 긴 수련을 거치는 것이다. 긴 목숨 인간은 살아서 몇 가지 덕을 실천하는가. 매미 우는 소리 들을 때마다 돌아볼 일이다.

손철주(미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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