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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김해철 (10·끝) “여생도 복음의 중매자로 살아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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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잔이 넘치나이다”(시 23:5)

나의 삶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렇게 고백할 수 있다. 중학교에 들어가 흰 테 두른 모자를 쓰고 등교하는 게 꿈이었는데, 교파와 국가를 초월해 마음껏 신학이란 학문을 두루 섭렵할 수 있었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팔복교회에서 명예목사 추대를 받고 은퇴한 후 홀가분한 마음으로 더 많은 교회와 기관을 다니며 설교하고, 때로는 미자립교회를 방문해 말씀도 전하면서 지쳐 있는 젊은 목회자들을 격려하는 것 또한 주님의 물 붓듯이 부으시는 은혜의 결과다.

마지막으로 다복한 가정을 주심에 감사드린다. 오는 10월이면 아내와 결혼한 지 43주년을 맞는다. 아내는 평생을 함께한 귀한 동역자이다. 매 순간 ‘내가 누구를 보내며 누가 우리를 위하여 갈꼬’를 고민할 때, 아내는 한결같이 “내가 여기 있사오니 나를 보내소서”라고 동의했다. 아내의 순종에 고마울 뿐이다. 그러니 내 잔이 넘칠 수밖에….

구약 히브리어에 ‘사딕’이란 말이 있다. 우리말로 ‘나의 의로움’을 뜻한다. 새 신부를 부르는 ‘새댁’이란 말이 ‘사딕’과 비슷해 나는 줄곧 아내를 ‘새댁’이라고 불렀다. 요즘 젊은이들을 보면 가족, 특히 아내에 대한 배려를 잊고 사는 것 같아 안타깝다. 오죽하면 우리나라 이혼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미국 다음으로 높다는 통계가 나왔을까. 참으로 심각한 문제다. 상황이 이렇다면 교회에서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쯤 시간을 내어 부부가 손을 잡고 외출할 것을 권한다. 나는 지금도 아내와 ‘재건 데이트’를 한다. 1960∼70년대 가난한 연인들이 돈을 조금 들이고 연애했던 데이트 문화를 말한다. 나도 젊었을 땐 서울 명동에서 값싼 두부백반을 사먹고 남산을 오가며 데이트를 즐겼다. 요즘에는 경기도 용인시 루터대 뒤쪽에 있는 산을 오르내리며 데이트를 한다.

부부 사이에 꼭 필요한 것이 서로 주고받는 대화이다. 목회의 비전과 자녀 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나누라. 같이 걸으며 대화를 나눌 때 얼마나 행복한가. 기적의 매체가 바로 대화이다.

평생 이런 마음을 안고 살다보니 아내와 나는 중매를 많이 했다. 그 중엔 성공한 적도 있고, 실패한 적도 있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교회에 보내는 두 번째 편지에서 “나의 어리석음을 용납하라”며 이같이 말씀하고 있다. “내가 하나님의 열심으로 너희를 위하여 열심을 내노니 내가 너희를 정결한 처녀로 한 남편인 그리스도께 드리려고 중매함이로다”(고후 11:2)

목회자는 중매도 잘해야 하지만, 불신자에게 복음을 전해서 저들로 하여금 평생 신랑되신 예수님의 순결한 신부로 살게 하는 ‘중매’, 즉 전도에 힘써야 한다. 75세에 나는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그리고 젊은이들을 만났다. 때론 주님을 모르는 청년들과도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그들을 ‘중매’ 중이다.

오라티오(Oratio·기도, 경건의 사람) 메디타티오(Meditatio·학문의 사람) 텐타티오(Tentatio·실천의 사람). 이런 인재들을 양성하는 게 나의 비전이다. 그들이 세상으로 나가 복음을 전하고 각계각층에서 섬김과 봉사의 삶을 살아 한국교회, 더 나아가 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도록 나는 그런 ‘중매쟁이’로 노년의 삶을 보낼 것이다.

정리=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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