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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종 칼럼] 박근혜의 맨얼굴 리더십

[백화종 칼럼] 박근혜의 맨얼굴 리더십 기사의 사진

오래전, 그러니까 김영삼 김대중씨가 민주화 투쟁을 하고 대통령이 되기 위해 경쟁하던 때다. 기자는 이 난에서 두 김씨가 군대에 안 갔기에 망정이지 만일 휘하에 소대 병력만 있었어도 쿠데타를 했을 것이라고 쓴 적이 있다. 두 사람의 권력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점을 빗댄 것이었다.

또 민주투사가 반드시 민주 인사는 아니라고 쓴 적이 있다. 두 김씨의 군신(君臣)에 비견될 만한 보스와 계보원의 관계, 적과 동지의 칼날 같은 구분, 반대파에 대한 비타협적 태도 등이 독재자의 그것이라고 생각해서였다.

리더는 절대 권력을 꿈꾼다

기자는 권력의 정상에 오를 만한 지도자라면 거의 모두가 그만한 권력의지와 독재자적 성향을 가지고 절대 권력을 꿈꾼다고 보는 쪽이다. 그렇지 않고는 권모술수의 경연장인 정치판에서 권력의 정상에까지 오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민주화의 대명사로 불린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성공한 지도자로 중국의 진시황과 러시아의 피터대제 등을 꼽은 적이 있다. 이들은 모두 절대 권력자들이었다. 이것이 정상급 지도자들의 맨얼굴인 듯싶다. 다만 그 맨얼굴로는 지지를 받을 수도, 권력을 유지할 수도 없기 때문에 ‘민주’라는 화장을 하고 국민 앞에 나타나는 것이다.

최근 박근혜계의 좌장이었던 한나라당의 김무성 원내대표가 박 전 대표에 대해 국가 지도자로서 많은 덕목을 갖췄으나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과 ‘사고의 유연성’이 부족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근혜계를 중심으로 그의 발언에 대한 반박이 이어지고 있으나 기자는 그의 말에 상당부분 공감하는 편이다. 그가 지적한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과 ‘사고의 유연성’은 ‘포용과 타협’이라는 말로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박 전 대표와 그러한 것들은 거리가 있어 보인다. 세종시 문제에서도, 자파 의원들 관리에서도 그랬다.

박근혜계 인사들이 박 전 대표에게 소원해진 김 원내대표를 한번 만나 대화를 나눠보도록 건의했으나 박 전 대표의 반응은 “다 부질없는 짓이에요”라는 한마디였다고 한다. 더 이상 말을 못 붙였단다.

그의 이러한 모습에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강인한 얼굴이 오버랩되는 건 기자만의 선입견 때문일까. 소신은 결코 굽히지 않고 반대파, 특히 자신의 대오에서 이탈한 사람은 절대 용납지 않는다는 점에서 부녀가 닮아 보인다.

이러한 권위적 리더십, 즉 맨얼굴의 리더십으로도 아버지 박 전 대통령은 야당의 극한투쟁 등 악조건을 극복하고 이 나라의 경제부흥에 성공했다. 이는 그가 사실상의 종신 절대 권력을 가졌기 때문에 가능했던 측면이 없지 않았다.

리더십에도 화장 필요하다

아버지로부터 이어받은 맨얼굴의 리더십으로 대권가도를 다지고 있는 박 전 대표가 정상 도달에 성공할 수 있을지 국민적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그는 현재 국민 지지율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대권 고지에 가까이 가 있고, 또 정치인들이란 권력을 쫓는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당 안팎에서 세를 얻어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지금은 박 전 대통령 때와는 리더십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고, 특히 그는 유력한 대통령 후보일 뿐 아직은 아버지와 같은 절대 권력을 가진 대통령이 아니라는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

글머리에서도 언급했듯 국가 지도자의 반열에 오른 정치인이라면 독재자적 성향을 가지고 절대 권력을 꿈꾸는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박 전 대표가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과 사고의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김 원내대표의 주장이 사실이라 해도 그것이 많은 정상급 지도자의 맨얼굴이기 때문에 이것만 가지고 대통령의 결격 사유로 볼 순 없다.

다만, 물론 지도자의 맨얼굴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으나 더 많은 사람들은 비록 화장을 해서라도 민주적 리더십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지도자를 원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박 전 대표가 김 원내대표의 직격탄에도 맨얼굴의 리더십을 고집할지, 아니면 화장한 얼굴의 리더십으로 바꿀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백화종 부사장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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