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김명호] ‘천안함 외교’ 무얼 얻었나 기사의 사진

한국이야 당사자이기 때문에 그렇게 보지만, 북한과 이란 이슈를 놓고 볼 때 워싱턴에서는 이란 문제가 훨씬 비중 있게 취급된다.



중동 문제는 1970년대 이래 어떤 미 행정부에서도 최우선 현안 중 하나였다. 에너지자원 확보와 관련돼 있고, 이스라엘이라는 나라가 있어서다. 특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핵무기 없는 세상’ 정책과 맞물리며 이란 핵개발 문제는 중동 이슈의 핵심 의제로 자리 잡았다.

지난주 로버트 아인혼 미 국무부 대북·대이란 제재조정관과 대니얼 글레이저 미 재무부 테러·금융범죄담당 부차관보가 한국과 일본을 다녀갔다. 우리 정부나 여론이 그의 방문을 ‘천안함 외교’의 연장선상으로 보는 건 당연했겠지만, 미국 속내는 꼭 그런 게 아니다. 물론 천안함 후속조치와도 관련이 있다. 하지만 미국이 이례적으로 국내법까지 제정해 추진 중인 이란제재와 더 연관성이 있다.

아인혼은 한국 방문 직전 하원 청문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유럽연합(EU)의 조치(이란제재)를 높이 평가한다. 상당히 강도 높은 조치다. 다음주 일본과 한국을 방문하는 것도 EU 수준의 대(對)이란제재에 참여할 것인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이달 말엔 중국도 방문하는데, 중국이 국제적 의무를 다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청문회에 함께 나온 글레이저 부차관보도 자신들이 유럽 국가들을 방문한 것이나, 스튜어트 레비 재무부 차관의 중동 지역 순방도 이란제재 문제 때문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두 사람은 한·일 방문의 주목적이 어디에 있는지 자국 의원들에게 설명한 것이다. 대북제재에만 초점을 맞춘 듯한 국내 외교 당국자들의 사전 비공식 설명과는 좀 거리가 있다.

천안함 사태 뒤 한·미는 더할 나위 없는 굳건한 동맹 관계를 보여줬다. 동해의 대규모 연합훈련은 천안함 폭침에 대한 강력한 경고이자, 힘의 우위를 가시적으로 과시한 것이다. 또 조만간 추가 대북제재를 위해 새로운 행정명령이 발표될 예정이다. 외교적 성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꼭 그럴까. 아인혼이 내놓고 간 이란제재 참여 요구는 우리 산업에 미치는 악영향이 적지 않다. 석유 수급 문제와도 연관이 돼 있고, 중동에 진출한 수많은 기업들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공교롭게도 미국의 이란제재 요구는 각종 추가 대북조치를 나열한 뒤 나온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천안함 이후 한국에 최대한 ‘배려’를 했으니 이 정도쯤은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 있다. 게다가 최근 워싱턴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내용을 고쳐야 한다는 강경한 발언들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자동차나 쇠고기 분야에서 한국이 좀 더 뭔가를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주로 자신들의 지역구 사정과 연관된 정치인들의 주장이긴 하지만, 한국이 좀 더 개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아지고 커진 건 사실이다. 요구를 보면 말이 개방이지 내용상 재협상하자는 수준이다.

문제는 우리 외교 당국의 상황 관리다. 최고의 동맹관계일지라도 자국 이익이 관련되면 계산을 다시해보기 마련이다. 천안함 사태 이후 외교·안보 당국은 대북제재 조치에 대한 국민들의 수준을 한껏 높여 놓았다. 이를 위해서는 절대적인 미국 지원이 필요했고, 미국은 말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을 했다. 결과적으로 이제는 한국에 뭔가를 요구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된 것이다.

외교·안보 당국은 이를 냉엄한 국제적 외교현실 탓으로 돌리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국내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상황 관리를 잘했다면, 이란제재 참여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원자력협정이나 미사일협정 개정 같은 안보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천안함 외교의 결과가 단지 굳건한 동맹관계 확인이라면 너무 초라한 성과다. 혹시 우리가 얻은 것은 심리적 ‘포만감’뿐 아닌가. 외교에 있어 실질적 국가이익보다 국내 여론에 더 초점을 맞춘 건 아닌가.

워싱턴=김명호 기자 m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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