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발견] 정자나무 그늘 아래 기사의 사진

물 좋은 곳에 지은 정자는 양반들의 풍류를 위함이지만, 바람 좋은 곳에 지은 정자는 민초들의 삶을 위함이다. 절벽 위에 올린 정자는 사대부의 수양공간이지만, 마을 어귀에 자리잡은 정자는 농부의 생활영역이다.

동네 정자 옆에 정자나무가 있다. 정자나무로 가장 많이 심어진 것은 느티나무다. 가지가 많고 잎이 무성한 것이 정자나무로 제격이다. 큰 나무는 큰 그늘을 만들고, 그늘을 찾아 사람들이 모여든다. 아이들에게는 신나는 놀이터고, 어른들에게는 공회당이다. 공동체의 대소사가 논의되고 비밀스런 이야기가 전승된다. 나그네는 짐을 풀고, 새가 가지 높은 곳에 둥지를 튼다.

오래된 나무는 신성하게 여겨진다. 여름철, 평화롭던 정자나무에 까닭 없이 벼락이라도 내리치면 사람들은 무서움에 벌벌 떤다. 벼락의 원인을 헤아리며 가슴에 손을 얹는다. 한숨을 내쉬기도, 울기도 한다. 여름은 그렇게 정자나무를 지나간다.

손수호 논설위원 shsh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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