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진선의 동물 이야기] 코알라와 유칼립투스 기사의 사진

작은 키에 불룩하게 나온 배, 넓적한 얼굴. 사람이라면 미인대회 문턱에도 못 갔을 몸매지만 코알라는 튀어나온 배를 복슬복슬한 털로 감싸면서 아기 곰 같은 귀여움으로 사람들의 사랑을 얻고 있다. 그래서 동물원이라면 모두 코알라 같은 인기 스타들을 가지고 싶어 하지만 호랑이나 사자는 키울 수 있어도 아쉽지만 순하고 귀여운 코알라는 포기해야 한다. 코알라는 유칼립투스 나무의 잎만을 먹기 때문이다.

그러니 유칼립투스가 자랄 만큼 따뜻한 곳이 아니라면 코알라를 가지는 것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그렇다고 유칼립투스의 영양가가 높거나 맛이 뛰어난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다른 동물에게는 먹지도 못할 독 덩어리일 뿐이다.

하지만 코알라는 유칼립투스에 있는 페놀과 테르펜 같은 독성분이 좋아서 유칼립투스 잎을 먹는다고 한다. 코알라는 간에서 이 독을 분해해 몸 밖으로 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칼립투스의 또다른 문제는 영양가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코알라가 하루 종일 500g을 먹어도 우리가 먹는 밥 한 공기의 에너지밖에 얻지 못한다. 사람들은 코알라가 잠만 잔다고 하지만 코알라 입장에서 보면 들어오는 에너지가 적으니 하루 시간 중 80%는 잠을 자고, 10%는 식사를 하고, 남은 10%는 그냥 가만히 앉아서 에너지를 아끼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뿐 아니다. 코알라는 에너지를 많이 쓰는 뇌의 크기를 확 줄여버렸다. 그래서 코알라의 뇌는 17g밖에 안 된다. 몸 전체 비율로 보면 0.2%에 그친다. 비슷한 크기의 다른 포유류와 비교했을 때도 코알라의 뇌가 가장 작다.

유칼립투스 나무 위에서 한가로이 잎을 뜯으며 호주의 자연을 대표하는 상징으로 대접받고 있지만, 코알라의 삶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수백만 마리의 코알라가 모피로 팔리기 위해 죽임을 당해야 했었다.

결국 코알라 수는 급격히 줄어들었고, 모피 수출이 정점에 달했을 즈음에서야 호주 사람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코알라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 수난 덕분에 지금은 호주의 청정 자연을 상징하는 대표 상품이 될 수 있었다.

코알라가 모피로 팔리던 동물의 신분에서 호주인의 사랑과 관심으로 인해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동물로 거듭난 것처럼 우리도 먼저 우리 동물을 돌아보고 그 가치를 높여주어야 한다. 수달, 고라니, 담비 등이 그렇다. 한국을 대표하는 이들 동물은 앞으로 나라의 힘이 될 것이다.

서울동물원 동물운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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