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박현동] 通하였느냐? 기사의 사진

신문은 48세의 젊은 총리를 내정한 8·8개각의 키워드로 ‘세대교체’ ‘친위내각’을 선택했다. 세대교체에 방점을 둔 신문이 있는가 하면, 어떤 신문은 친위내각에 무게를 뒀다. 다분히 해당 신문의 정체성이 반영된 것이지만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분석이다. 친 정부적 또는 반 정권적 시각에서 접근했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인터넷 여론의 키워드는 뭘까? 딱히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여론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일정한 패턴이 있는 건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부정적이다. 대충 이렇다. ‘개각이 아니라 개악’ ‘개각쇼’라는 평가는 그나마 낫다. 육두문자도 난무한다. 비판을 넘어 저주에 가까운 견해도 있다. 극단을 넘어 황당할 정도다. 차마 글로 옮기기조차 민망한 반응도 있다. ‘MBC 무한도전 PD가 총리 된다고 하네요’라는 엉뚱한 네티즌도 있다(참고로 무한도전 PD와 총리 내정자는 동명이인). 인터넷 여론의 현실이다.

북한이 서해안에 해안포를 발사한 것에 대한 인터넷 여론은 어떨까? ‘김정일 머리에 한 방 먹이자’ ‘예견된 일이다’에서부터 ‘축포를 쏴 주네’ ‘얻어맞아도 싸다’ ‘오죽했으면 그럴까’라는 의견까지 극에서 극이다. ‘하룻밤’을 유혹하는 어처구니없는 댓글도 있다. 이것이 인터넷 여론의 전부일 수는 없지만 일부인 것은 분명하다. 황당하지만 무시하기도 그렇다. 광풍처럼 몰아치기도 하고, 큰 흐름을 바꿔놓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터넷 세상은 도통 이해하기 힘들다. 언제, 어디로 흐를지 예견하기 어렵다. 쏠림현상도 심각하다. 이 경우 이성의 힘은 사라지고 감성만 흐른다. 종종 팩트(fact)도 무시당한다. 지극히 과학적이어야 할 사안에 비과학이 지배하는 것이 인터넷 여론이다. 우리는 광우병 촛불파동 때 이를 익히 경험했다. 뜨겁게 달아올랐다가 어느 순간에 식어버린다. 좋은 말로 변화무쌍하고 다양성이 넘친다고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종잡을 수가 없다. 때론 무책임하다.

멀쩡한 사람 한순간에 바보 만들기는 식은 죽 먹기만큼이나 쉽다. 마녀사냥하듯 한쪽으로 몰아간다. 일종의 집단이지메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인터넷을 ‘욕망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해우소’라고 폄하한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별 볼일 없는 사람을 한 순간에 스타로 만들기도 한다. 일부이긴 하지만 댓글은 인격과 명예를 박탈하고 목숨까지 앗아갈 정도니 말해 무엇하랴.

세간의 평이 어떠하든지 간에 인터넷 여론은 현실적 힘이 됐다. 그 누구도 이를 부인할 수 없다. 일부에서는 인터넷 권력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힘이 세다. 노무현 신드롬을 일으키며 그를 무명 정치인에서 일약 대통령으로 만든 공신 중의 하나가 인터넷이라는 것도 우리는 경험으로 안다.

인터넷 여론은 거대한 정치권력과 맞짱을 떠서 이기기도 한다. 싸움을 걸면 걸수록 확장되고 강해지는 게 인터넷 여론의 속성이다. 천안함 폭침 사건과 관련한 인터넷 여론은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이 조사를 통해 내놓은 과학적 결론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다.

하지만 어쩌랴. 인터넷의 폐해를 논하기 전에 이게 현실인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은 중요한 소통의 도구이자 여론의 매개체다. ‘소통과 통합의 아이콘이 될 것’이라고 했던 김태호 총리 내정자는 총리 내정 하루 만에 트위터를 찾았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등 큰 꿈을 꾸는 정치인들 모두 트위터 정치를 한다. ㈜두산 박용만 회장,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등 재계 최고경영자들도 트위터 경영을 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싫든 좋든 인터넷을 통하지 않고서는 소통하기 힘든 시대다. 인터넷을 21세기 아고라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치적 목적도, 경제적 이익도 인터넷을 배제하고는 달성하기 힘든 세상이다. 짐작컨대 2012년 12월 인터넷 여론은 새로운 권력을 창출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인터넷 여론과 소통하는 자가 권력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큰 꿈을 가졌다면 인터넷 여론과 통(通)하라!

박현동 인터넷뉴스부장 hd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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